4화: 꿈과 현실 사이

4화: 꿈과 현실 사이

어릴 때부터 이진주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공책 귀퉁이마다 작은 스케치를 그려 넣었고,

색연필을 쥔 손으로 상상 속 장면을 현실로 옮기는 것이 행복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녀가 미술을 전공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다.

“그림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아버지의 단호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현실적인 선택을 강요받으며 진주는 점점 미술을 멀리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며 안정적인 길을 선택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반면, 차동우는 철저하게 계획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길을 따라가며 살아왔지만,

가끔은 자신이 맞는 길을 걷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어느 날 저녁, 쉐어하우스 거실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따뜻한 차를 한 잔 내주며 말했다.

“진주 학생, 동우 학생. 너희도 고민 많겠지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 해요.”

진주는 조용히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동우는 한쪽 눈썹을 살짝 들며 물었다.

“아주머니는요?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

아주머니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음식점 사장님? 어릴 때부터 사람들한테 요리해 주는 게 좋았거든.

그래서 지금도 이 집 운영하는 게 참 즐거요.”

진주는 그 말을 곱씹으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며칠 후, 동우는 우연히 진주의 방 앞을 지나가다 문이 살짝 열린 것을 보고 멈춰 섰다.

책상 위에 펼쳐진 스케치북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몇 걸음 다가간 순간,

스케치북 속 그림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섬세한 선과 생동감 넘치는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방으로 들어오던 진주가 깜짝 놀라며 달려왔다.

“야! 네가 왜 내 방에서 이걸 보고 있어?”

동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물었다.

“이거 진짜 네가 그리고 싶었던 거야?”

진주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의 말이 뼛속 깊이 박혔다.

화를 내려다가도, 어쩐지 그의 진지한 눈빛이 신경 쓰였다.

그녀는 결국 스케치북을 얼른 닫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냥… 심심해서 그린 거야.”

그날 밤, 진주는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무도 모르게 다시 연필을 손에 쥐었다.

동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맞아. 너 진짜 그림 잘 그렸었잖아.”

진주는 그의 말을 되새기며 오랜만에 진지하게 그림을 그려 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펜을 쥐고 보니,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머릿속에서 그리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했다.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던 진주는

강의 자료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노트북을 열어 ‘미술 전공자 인터뷰’

같은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현실적인 조언과 직업 전망 같은 딱딱한 이야기들뿐이었다.

“진짜…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진주는 혼잣말을 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녁 노을이 퍼지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린 시절 크레파스를 쥐고 신나게 그림을 그리던 자신이 떠올랐다.

그때는 아무도 그림을 평가하지 않았고, 단순히 즐거웠다.

그날 밤, 동우는 부엌에서 물을 마시다가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진주를 발견했다.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뭐 해?”

진주는 깜짝 놀라 스케치북을 가리려 했지만,

이미 동우의 눈에 들어왔다.

“진짜로 다시 그리고 싶은 거면 그냥 해. 어차피 네 인생이잖아.”

진주는 그의 말을 듣고 한참을 망설였다.

하지만 동우의 말에는 어떠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마치 ‘너는 이걸 포기할 사람이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렇게, 진주는 다시 한 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예전처럼 부담 없이, 그리고 싶은 대로.

5화: 자꾸만 신경 쓰인다

5화: 자꾸만 신경 쓰인다

진주는 강의가 끝난 후 가방을 둘러메고 강의실을 나섰다. 이번 학기부터 수업을 같이 듣게 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며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싸운다""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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