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우리가 친구가 맞나?

7화: 우리가 친구가 맞나?

차동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책상을 두드렸다.

최근 들어 마음이 복잡해졌다.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그녀의 표정, 그녀의 목소리, 그녀가 웃고 있는 모습까지.

모든 것이 지나치게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아니야, 우리 친구잖아. 이건 그냥 착각일 거야.'

동우는 스스로를 납득시키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들었다.

친구라면서, 왜 저렇게 신경이 쓰이지?

왜 그녀가 다른 남자랑 이야기하는 걸 보면 기분이 이상해지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진주가 강의실에서 돌아왔을 때

평소와 다르게 얼굴이 어두웠다.

동우는 무심코 그녀를 바라보다가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

“너, 무슨 일 있어?”

진주는 놀란 듯 그를 쳐다보았다.

일부러 티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동우는 단번에 눈치챘다.

“아니, 그냥… 교수님한테 좀 혼났어.”

“왜?”

“수업 준비를 제대로 못 했다고. 나름 신경 썼는데, 생각보다 부족했나 봐.”

진주는 힘없이 웃었지만, 속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동우는 괜히 입술을 꾹 깨물었다.

평소 같으면 '그러니까 미리 준비했어야지'라고 장난스럽게 놀렸을 텐데,

오늘은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 괜찮아?”

진주는 그가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자 어색하게 고개를 저었다.

“뭐, 괜찮지. 교수님한테 혼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우는 계속 신경이 쓰였다.

평소처럼 웃고 있지만,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진주도 마찬가지였다.

며칠 후, 동우가 감기에 걸려 끙끙 앓고 있을 때, 본능적으로 죽을 끓였다.

처음엔 ‘그냥 하우스 메이트니까 챙기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하지만 냄비를 들고 동우의 방 앞에 섰을 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까지 신경 썼던가?'

그를 걱정하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다. 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야, 죽 좀 먹어.”

“헐, 너가 나한테 죽을 끓여줄 줄이야.”

“그냥 아픈 사람 두고 나만 밥 먹기는 뭐하잖니..?”

동우는 피식 웃으며 한 입 떠먹었다.

진주도 따라 웃었다.

“우리는 원래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서로 도와주잖아.”

그 말에 동우는 순간 멈칫했다.

그래, 원래 그런 사이다.

서로 으르렁대다가도 결국엔 챙겨주고 신경 쓰는 관계.

하지만… 왜 이제 와서 이런 감정이 생기는 걸까?

그날 밤, 두 사람은 거실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오랜만에 같이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우리 중학생 때까지 진짜 친했었잖아.”

진주가 멍하니 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동우는 캔을 들이켜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그 이후로 좀 어색해졌지.”

“좀이 아니라 완전 멀어졌지.”

진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약간의 취기가 올라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사실… 왜 멀어졌는지 기억나?”

동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작게 웃었다.

“그때 친구들이 네가 나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잖아.”

“맞아.”

진주는 헛웃음을 지으며 맥주 캔을 흔들었다.

“그 말 듣고 난 너무 당황해서 그 상황에서 너를 피했던 것 같아. 근데 너도 나를 피하더라?”

동우는 어쩐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땐 그냥… 어색해서.”

“우리 진짜 그때… 그게 뭐라고.”

“우리가 그때는 어렸잖아.”

진주는 피식 웃으며 동우를 바라보았다.

동우도 따라 웃었다.

그 시절의 유치했던 감정을 떠올리니 민망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딘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술 때문일까? 아니면, 오래 묻어뒀던 감정이 이제야 드러난 걸까?

진주는 심장이 점점 빨라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동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다음 순간, 마치 이끌리듯 가까워진 두 사람은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짧고 조심스러운 입맞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모든 게 달라졌다.

입을 떼고 난 후, 두 사람은 살짝 놀란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진주야.”

동우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진주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같은 질문이 맴돌았다.

‘우리가 진짜 친구가 맞니?’

8화: 어색함 속에서

8화: 어색함 속에서

맥주 캔이 바닥에 놓였다. 한 모금씩 천천히 비워진 캔들처럼, 조금 전의 입맞춤은 짧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남긴 여운은 깊고 길었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싸운다""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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