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어색함 속에서

8화: 어색함 속에서

맥주 캔이 바닥에 놓였다.

한 모금씩 천천히 비워진 캔들처럼,

조금 전의 입맞춤은 짧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남긴 여운은 깊고 길었다.

이진주는 숨을 삼키며 동우를 바라보았다.

동우 역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순간의 감정이었을까? 아니면, 원래 마음속에 있던 감정이 튀어나온 걸까?

“…그냥 술김에 그랬나 보다.”

진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떨렸다.

동우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뭔가 말을 하려다 결국 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렇겠지.”

동우도 애써 담담한 척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어쩐지 속이 쓰렸다.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었다.

이후, 거실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진주는 괜히 빈 맥주 캔을 만지작거렸고,

동우는 식탁 너머를 응시했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동시에 머릿속은 상대방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없었던 일처럼 하면 되는 걸까?’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마주쳤다.

평소처럼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진주,

그리고 거실을 지나가려는 동우. 그러나 둘 다 멈칫했다.

“…아, 너.”

“…어.”

평소 같으면 가볍게 툭 던졌을 인사조차 어색하게 흘러나왔다.

진주는 괜히 냉장고 문을 열고 쓸데없이 안을 들여다봤다.

동우는 목이 마르지도 않은데 굳이 물을 따라 마셨다.

이런 어색함 속에서 며칠이 흘렀다.

두 사람 다 이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에만 빠져 있을 수 없었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그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과제 기한이 다가오고 있었다.

진주는 연이어 쏟아지는 레포트와 발표 준비로 정신이 없었고,

동우 역시 학업과 동아리 활동으로 바빴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은 어색한 감정을 억지로 덮어둔 채 바쁜 일상에 매달렸다.

“진주야, 너 이번 발표 준비 다 했어?”

친구가 물었을 때, 진주는 정신을 차렸다.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응… 거의 마무리해야지.”

사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제대로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

가끔씩 동우와의 순간들이 떠오르며 자꾸만 흐름을 놓쳤다.

한편, 동우도 마찬가지였다.

과제 때문에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하던 중,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다가 진주가 떠올랐다.

‘진주, 지금 뭐 하고 있을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노트로 시선을 돌렸지만,

집중력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서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어색함이 조금씩 묻혔지만,

여전히 가끔씩 부딪힐 때면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어, 나 먼저 씻을게.”

“응, 어…”

이전에는 자연스러웠던 대화가,

이제는 부자연스럽게 끊기곤 했다.

다른 하우스 메이트들은 이런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두 사람만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새로운 목표들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진주는 미술 공모전에 도전하기로 했다.

“진짜로 해보려고?”

친구가 놀란 듯 물었을 때, 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는 제대로 도전해 보고 싶어.”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술을 포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려니 불안감이 몰려왔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동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동아리 활동으로 더욱 바빠졌다.

여러 활동을 하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일정이 꽉 차 있을수록, 이상하게 진주 생각이 더 자주 났다.

‘집에 가면, 마주치겠지?’

그 생각을 하면서도 일부러 집에 늦게 들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애써 거리를 두려는 듯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바쁜 일정 속에서

어색함을 유지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걸, 서로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9화: …너 만날 거야?

9화: …너 만날 거야?

기말고사가 끝난 캠퍼스는 한층 가벼운 분위기였다. 학생들은 시험이 끝난 해방감을 만끽하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싸운다""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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