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는 강의가 끝난 후 가방을 둘러메고 강의실을 나섰다.
이번 학기부터 수업을 같이 듣게 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며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진주야, 저번에 말한 과제 말인데, 같이 스터디하면서 정리하는 게 어때?”
“좋아요, 선배! 저도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서 같이 하면 도움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이야기하며 편의점 앞에서 음료수를 하나씩 사 들고 나오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차동우였다.
멀리서 친구들과 서 있던 동우는 무심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주는 마주칠까 봐 순간 움찔했지만,
애써 모른 척하며 선배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동우는 그 모습을 보고 속이 이상하게 뒤틀렸다.
‘별일 아니잖아. 그냥 선배랑 이야기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였다.
선배가 진주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하, 뭐야.”
동우는 괜히 핸드폰을 꺼내 아무 메시지나 확인하는 척했지만,
계속 시선은 그쪽을 향했다. 친구가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야, 뭐 그렇게 빤히 봐? 너 진짜 신경 쓰이는 거 아냐?”
동우는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뭐? 뭐래.”
“진짜?”
친구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고, 동우는 짜증난 듯 한숨을 쉬었다.
며칠 후,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던 동우는
부엌에서 들려오는 진주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선배, 그날 시간 괜찮으세요? 같이 스터디 하기로 했던 거요.”
진주는 핸드폰을 들고 부엌에서 간식을 챙기며 통화 중이었다.
별것 아닌 이야기인데도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까지 잘 챙겨줄 필요가 있나? 그냥 혼자 공부해도 될 텐데.’
자신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책장을 넘기던 동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너 요즘 그 선배랑 계속 같이 다니더라?”
진주는 갑작스러운 말에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들었다.
“응? 어, 그냥 스터디 그룹 같이 하는 거야.”
“스터디? 너 혼자 해도 잘하잖아.”
진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동우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같이 하면 더 효율적이잖아.”
“효율적?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
진주는 동우의 말투가 이상하게 날이 서 있는 것 같아 눈을 찌푸렸다.
“왜 저래? 내가 누구랑 공부하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 그냥.”
동우는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속에서는 이상한 감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며칠 후, 반대로 진주가 신경 쓰이는 순간이 찾아왔다.
거실에서 노트북으로 과제를 하고 있던 진주는
부엌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웃음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동우였다.
그런데 동우 앞에는 한껏 예쁘게 꾸민 한 여자 선배가 앉아 있었다.
“어멋 호호호, 동우야, 너 진짜 공부 열심히 한다. 가르쳐줘서 고마워!”
여자 선배는 밝게 웃으며 동우의 팔을 가볍게 툭 쳤다.
동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지만, 진주의 눈에는 그 장면이 너무 거슬렸다.
‘별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지?’
진주는 괜히 손에 힘을 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화면 속 과제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날 저녁, 진주는 동우를 보며 무심한 듯 말했다.
“요즘 그 선배랑 자주 같이 있네?”
동우는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대꾸했다.
“응? 아, 그냥 도와달라고 해서.”
“그래? 너도 혼자 공부 잘하잖아.”
동우는 진주의 말투에서 뭔가를 느끼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아니야. 그냥 그렇다고.”
진주는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속은 복잡했다.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스스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신경전이 계속되던 어느 날,
거실에서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본 주인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이러다 진짜 정든다~?”
진주와 동우는 동시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우리가요?”
“절대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