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정말 믿고 있는 사람은 누구지?”
제이크의 차가운 목소리가 서연의 귓가에 울렸다. 그의 눈빛은 늘 그렇듯 속을 알 수 없었다.
서연은 불편한 기분을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 지금까지 당신들이 저를 지켜줬잖아요.”
제이크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겉으론 지켜주고 있겠지. 하지만 그중 누군가는 너를 노리고 있어.”
“농담하는 거죠?”
하지만 제이크의 표정은 여전히 진지했다.
“널 잡으려는 놈이 멀리 있는 줄 알았냐? 아니야. 아주 가까이에 있어.”
서연은 두려움에 몸이 굳었다.
“그게 누구죠? 도현 씨? 현우 씨? 아니면… 지훈 씨?”
제이크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건 네가 직접 판단해.”
다음 날, 서연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녀는 집 안에서 보디가드들을 유심히 살폈다. 매일처럼 친절하게 행동하는 이현우, 무심한 듯 세심한 차지훈, 항상 곁에서 지켜보는 강도현.
서연의 머릿속엔 질문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이 중에 누가 나를 배신하려는 거지?’
그때 이현우가 서연에게 다가왔다.
“서연 씨! 산책이라도 할래요?”
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저녁 노을이 지는 정원.
서연과 이현우는 나란히 걸었다.
이현우가 밝은 미소로 물었다.
“오늘은 좀 어때요? 어제 많이 놀랐죠?”
서연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근데 현우 씨는 왜 이 일을 하게 됐어요?”
“보디가드요? 뭐, 재밌잖아요.”
“재밌다고요?”
“응. 사람을 지키면서 동시에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요. 특히 서연 씨 같은 사람이라면 더.”
이현우의 장난기 어린 말투에 서연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무겁기만 했다.
‘이 사람이 정말 믿을 수 있는 걸까?’
그때 서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차지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조심해. 누군가 네 주변을 감시하고 있어.]
서연은 숨을 삼켰다.
“현우 씨,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어? 그래요? 벌써요?”
“좀 생각할 게 있어서요.”
이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요. 들어가서 쉬어요. 저는 조금 더 걸을게요.”
방으로 돌아온 서연은 메시지를 확인하며 손을 떨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연 씨.”
강도현이었다.
서연은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세요?”
“당신과 이야기할 게 있어서요.”
그는 서연을 진지하게 바라봤다.
“지금 상황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우리 안에 정보를 흘리고 있어요.”
“그럼 배신자가 있다는 거죠?”
강도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당신을 위험에 빠뜨린 사람은 내부에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지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서연의 마음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그럼… 제가 누구도 믿으면 안 되는 건가요?”
강도현은 서연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당신을 지킬 겁니다.”
서연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의심이 들었다.
‘정말일까? 정말 이 사람은 내 편일까?’
밤이 깊어갈수록 서연은 더 불안해졌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복도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발소리가 조심스럽게 방 앞으로 다가왔다.
서연은 심장이 두근거리며 문을 바라봤다.
‘누구지…?’
문이 천천히 열리고, 서연은 숨을 죽였다.
그리고 문 너머로 나타난 건…
이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