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믿지 마라.”
서연은 제이크가 던진 마지막 말을 곱씹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사건이 끝난 후 보디가드들과 함께 안전 가옥으로 이동한 그녀는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누구도 믿지 말라니… 그게 무슨 의미죠?”
제이크는 벽에 기대어 시니컬하게 웃었다.
“말 그대로야. 네 주변엔 네 편만 있는 게 아니란 뜻이지.”
강도현이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마라.”
하지만 제이크는 여유롭게 고개를 저었다.
“현실을 말하는 거야. 우리가 그녀를 보호하러 온 건 사실이지만, 우리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게 너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 않을까?”
서연은 그 말에 소름이 돋았다.
이 남자들… 과연 전부 믿어도 되는 걸까?
늦은 저녁, 서연은 방에 홀로 앉아 있었다.
노트북을 켜고 협박 사건에 대한 기사들을 찾아봤다.
‘대한그룹 후계자 윤서연, 연이은 위협에 시달려.’
‘정체불명의 범인, 그녀를 왜 노리는가?’
서연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대체 왜 나를 노리는 걸까…”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연 씨.”
문을 열자 강도현이 서 있었다. 그는 테이블 위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아직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서연은 그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도현 씨는 왜 보디가드가 되셨어요?”
강도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보호해야 할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그 사람은 지금…?”
“…이제 없습니다.”
서연은 그의 눈빛에서 깊은 슬픔을 읽었다.
그날 밤, 서연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창문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긴 그녀는 문득 이상한 인기척을 느꼈다.
“누구지…?”
살금살금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복도 끝에 제이크가 있었다.
그는 서연이 나오자 눈짓으로 조용히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왜 이 시간에…”
“쉿.”
그는 서연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 골목길, 제이크는 벽에 붙어 휴대폰을 꺼냈다.
“보여줄 게 있어.”
그가 화면을 서연에게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서연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사진들이 있었다.
“이건 뭐죠?”
“너를 감시하고 있는 자가 있다. 집 안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네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놈이지.”
서연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설마… 아까 그 검은 차도?”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저지한 건 일부일 뿐이야. 감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연은 온몸이 떨렸다.
“도대체 누가… 왜 나를 이렇게까지 노리는 거죠?”
제이크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걸 알아내는 게 우리의 임무고, 네가 진짜 알아야 할 진실이야.”
한편, 집 안에서는 차지훈이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놀림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흠… 역시 흔적을 남겼군.”
모니터 화면에는 보안 카메라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 영상 속에는 뜻밖의 인물이 서연의 방을 염탐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차지훈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올라갔다.
“그래… 네가 서연 씨를 노리고 있었구나.”
그는 무전기를 들고 강도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팀장님, 집 안에 침입자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