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믿을 수 없는 사람

4화: 믿을 수 없는 사람

“집 안에 침입자가 있었다고?”

강도현의 얼굴이 단단하게 굳어졌다. 차지훈은 모니터에 떠 있는 화면을 가리켰다.

“이건 서연 씨 방 앞 복도 CCTV 영상입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기록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일부러 흔적을 지운 게 분명합니다.”

모니터 속 영상엔 검은 옷을 입은 인물이 서연의 방 앞에 서 있었다. 문 손잡이를 잡았다가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얼굴을 가렸군.”

“네. 하지만… 움직임이 익숙합니다.”

차지훈이 말을 멈췄다. 도현이 그의 눈치를 채고 물었다.

“설마…”

차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아요.”


서연은 제이크와의 대화를 끝내고 집 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감시자가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경고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온 서연은 문을 잠근 뒤 침대에 앉아 깊은 숨을 내쉬었다.

“보디가드라면서…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그 순간, 문 밖에서 들리는 발소리.

서연은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누구지?”

문을 열자 이현우가 서 있었다.

“서연 씨.”

“현우 씨?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이현우는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웃어 보였다.

“잠이 안 와서요. 혹시 서연 씨도 그럴 줄 알고요.”

“저도 잠이 안 오긴 했어요.”

그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괜찮아요? 오늘 좀 놀랐을 것 같아서.”

“솔직히 좀 무섭긴 해요.”

이현우는 벽에 기대며 말했다.

“그럴 땐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그냥 내가 곁에 있다는 걸 믿으세요.”

그의 말에 서연은 잠시 안심되는 듯했지만,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차지훈은 도현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팀장님, 지금은 서연 씨한테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 하지만 그 영상을 봐야 할 사람은 또 있지.”

그들은 제이크를 호출했다.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제이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때? 네 생각은?”

제이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맞아. 이건 내부자 소행이다. 움직임을 보면 어느 정도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는 게 보여.”

강도현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설마… 우리 팀 중에서?”

제이크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성을 배제하지 마.”

그 말에 차지훈이 덧붙였다.

“우리가 감시해야 할 대상은 밖이 아니라 안일지도 모릅니다.”


서연은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강도현이 다가왔다.

“서연 씨, 오늘 일정은 취소합시다.”

“왜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오늘은 여기서 머무르시죠.”

서연은 의아하게 물었다.

“그런데 도현 씨… 왜 자꾸 숨기는 것 같죠? 저한테 뭔가 말하지 않는 것 같아요.”

강도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

“당신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하지만…”

그가 서연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서연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황이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늦은 저녁.

서연은 무언가에 홀린 듯 복도를 걷고 있었다.

‘우리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도현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 누군가 복도 끝에서 서연을 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섬뜩한 시선.

서연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누구세요?”

그 인물은 서연에게 다가왔다.

빛이 닿자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제이크?”

서연은 안도하며 물었다.

“왜 여기에…”

하지만 제이크는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정말 믿고 있는 사람은 누구지?”

5화: 서연을 노리는 손길

5화: 서연을 노리는 손길

“네가 정말 믿고 있는 사람은 누구지?” 제이크의 차가운 목소리가 서연의 귓가에 울렸다. 그의 눈빛은 늘 그렇듯 속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