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 씨?”
서연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밤중에, 그것도 아무런 예고 없이 방 앞에 나타난 이현우의 모습은 어딘가 섬뜩했다.
“이 시간에 왜 여기에…?”
이현우는 서연의 물음에 평소처럼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서연 씨가 잘 자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하지만 그 미소는 조금 어색했다.
서연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냥 확인하려고요? 그것뿐이에요?”
이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뭐, 사실은…”
그가 말을 흐리며 문턱에 기대 섰다.
“서연 씨랑 조금 더 얘기하고 싶었어요.”
서연은 그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꼈다.
‘뭔가 이상해… 평소의 현우 씨가 아니야.’
서연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물었다.
“현우 씨, 왜 보디가드 일을 하게 됐다고 했죠?”
“음… 재밌어서?”
“그게 전부인가요?”
이현우의 미소가 조금씩 사라졌다.
그리고 그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솔직히 말할까요?”
서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네.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이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실… 나는 너를 지키려고 온 게 아니야.”
서연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요?”
이현우는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이제 더 이상 유쾌한 분위기 메이커의 모습이 아니었다.
“서연 씨,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특별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 협박 사건… 너를 노린 게 단순한 재벌 상속녀라서가 아니야. 너한테 뭔가 있어. 그걸 노리는 놈들이 있는 거고.”
서연은 불안하게 물었다.
“그걸 현우 씨가 어떻게 알아요?”
이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난 단순한 격투 전문가가 아니거든요. 내 임무는 널 지키는 게 아니라…”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서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감시하는 거였어.”
서연의 몸이 굳었다.
“그럼… 당신이 배신자인 거예요?”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강도현이 나타났다.
“서연 씨! 뒤로 물러나세요.”
강도현의 목소리에 이현우는 고개를 돌렸다.
“팀장님, 이렇게 빨리 나타나실 줄은 몰랐네요.”
강도현은 총을 꺼내 이현우에게 겨누며 말했다.
“넌 처음부터 수상했어. 대체 무슨 목적인지 이제 말해.”
하지만 이현우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목적? 내 목적은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어요.”
강도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끝났다니… 무슨 소리야?”
이현우는 서연을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서연 씨,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제 그걸 알게 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거예요. 그전에 내가 미리 알려준 거라고 생각하세요.”
서연은 혼란스러웠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대체 왜 날 감시하고 있는 거죠?”
이현우는 짧게 웃으며 문을 나서기 직전 말했다.
“곧 알게 될 거예요.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해요. 당신 곁에 있는 사람 중 누구도 완전히 믿지 마세요.”
강도현은 이현우가 사라진 뒤 서연을 안심시키려 했다.
“괜찮습니다. 이제 현우는 더 이상 우리와 함께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서연은 강도현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현 씨… 정말 현우 씨만이 문제인 거 맞나요?”
강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서연은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았다.
‘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