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윤, 대한민국 재계 1위 KJ 그룹 후계자의 운명적 사랑?”
“재벌과 서민의 달콤한 만남! 현실판 신데렐라 스토리!”
서윤은 입을 쩍 벌린 채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잠깐만, 이거 내가 아는 계약 연애 맞지?
기사 제목들만 보면, 자신이 진짜 동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줄 알겠다.
어제까지만 해도 억울한 소송 스캔들에 휘말렸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운명적 사랑'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야, 이서윤! 너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절친 수아에게 전화가 왔다.
서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마법은 무슨. 이거 완전 언론 플레이야.”
“근데 너 솔직히 좀 설레지 않아? 강재윤이 저렇게까지 해주는 거 보면…”
서윤은 잠시 멈칫했다.
“아.. 설레지 얼굴은..아.. 아니!!!”
설렘? 무슨 소리야. 난 그냥 계약 연애 중인걸?
며칠 후, 서윤은 다시 한 번 재벌가 파티에 초대되었다.
제기랄, 지난번엔 ‘돈 줄 테니 떠나라’ 미션이었는데 이번엔 또 뭐지?
강재윤과 함께 파티장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또 왔네.”
그래. 나 또 왔다 어쩔래
“대체 무슨 매력이 있어서?”
서윤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 나도 이제 이런 시선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바로 그때, 한 여성이 다가왔다.
윤서희, 강재윤과 한때 스캔들이 났던 재벌가 상속녀였다.
“이서윤 씨, 안녕하세요.”
서희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서윤도 자연스럽게 악수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서희 씨.”
“요즘 핫한 커플이던데요?”
서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던졌다.
“솔직히, 재윤 씨랑 결혼까지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죠?”
서윤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결혼이요? 아직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어요.”
언니, 저 아직 어려요^^
서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 여시…
“그럴 줄 알았어요.
재윤 씨는 감정 없는 사람이라 오래 관계를 유지할 스타일이 아니니까.”
그 말을 듣고 있던 강재윤이 조용히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런 말, 당사자 앞에서 하는 게 실례라는 건 알고 있죠?”
서희는 살짝 당황했지만 금방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아~ 네~ 정말 고오맙습니당.”
서윤은 밝게 인사했다.
파티가 끝난 후,
서윤은 한숨을 쉬며 강재윤을 바라봤다.
“나한테 감정이 없다는 소리 듣고 기분 안 좋았어요?”
강재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뭐야, 왜 이래요?”
“…그냥.”
서윤은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이거 대본에 없던 감정선인데?
아 진짜 이러지 말라고
다음 날, 서윤은 카페에 갔다가 낯선 남자를 만났다.
“이서윤 씨, 잠시 이야기 좀 하죠.”
그 남자는 강 회장의 측근이었다.
“제가 왜요?”
“강재윤과의 관계, 오래 유지할 생각하지 마세요.”
서윤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 말, 회장님 대신 전하러 오신 거예요?”
“강재윤은 KJ 그룹의 후계자입니다.
그의 곁에 있는 건 당신한테도 위험할 수 있어요.”
서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계약 연애지만, 내가 그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건 맞겠지…?
그날 밤, 서윤은 침대에 누워 고민에 빠졌다.
언젠가 계약이 끝나면 난 떠나야겠지. 하지만…
강재윤의 따뜻했던 손길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달라진 태도도.
“…아, 몰라! 이게 다 뭐야!”
베개를 푹 던지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답답했다.
이거 왜 이러지?
그날 밤,
서윤은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영통 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화면에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의 얼굴이 나타났다.
서윤은 곧바로 통화 소리를 줄였다.
"우리 막둥이~! 제주도는 버리고 이제 서울 재벌가에서 사는 거야?"
엄마가 큰 목소리로 애교스럽게 물었다.
"엄마, 제발 그러지 마!"
서윤이 신음을 내질렀다.
아빠는 능청스럽게 턱을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윤이,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아빠! 제발 영화 '기생충' 멘트 그만 좀 따라 해요!"
서윤이 괴성을 질렀다.
오빠는 옆에서 배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근데 솔직히 인정. 우리 서윤이, 재벌 왕자님이랑 사귄다는 거
왜 엄마 아빠한테 말 안 했어?"
우리? 갑자기?
"아니, 그게…"
서윤이 머리를 긁적였다.
"내 딸, 그동안 엄마한테 왜 비밀로 한 거양!"
엄마는 볼을 부풀리며 애교스럽게 삐쳤다.
아빠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여기 제주도에 플래카드 하나 붙여도 될까?
'우리 막둥이, 재벌가에 입성하다!' 어때?"
"아아아악! 안 돼! 절대 안 돼!"
서윤은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황급히 끊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족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니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 나는 계약 연애 중이지만, 나를 걱정해 주는 가족이 있고,
이 순간을 즐기면 되는 거야!
하지만 그런 다짐도 잠시.
서윤은 다시금 강재윤의 손길과 낮은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아, 몰라! 이게 다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