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은 키스를 하고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심장은 마구 뛰고 있었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강재윤도 어색한 듯 헛기침을 하며 손으로 목덜미를 문질렀다.
“…나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러나 바람을 쐴 것도 없이, 서윤은 그대로 집으로 직행했다.
마치 도망이라도 치듯.
그리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꺅아악!!!!!!!
아니, 이건 무슨 전개야? 계약 연애였잖아!
그런데 왜 키스까지 하냐고! 아니, 키스도 하고 계약도 종료라고? 이게 뭔 전개냐고!
서윤은 베개를 끌어안고 한참을 뒹굴다가 결국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인터넷이 난리가 나 있었다.
[속보] KJ 그룹 후계자 강재윤, 열애설 후 주가 연일 하락!]
서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기사를 훑었다.
“내, 내 탓이라고?”
그동안 연애설이 재밌는 가십 정도라고 생각했던 서윤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 앞에 갑자기 나타난
강 회장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서윤 씨, 이대로 계속 가면 안 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지만, 전—”
“주가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기업과 수많은 투자자의 문제입니다.
더 이상 재윤이와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서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말로 내가 그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걸까?
그런데 이 모든 걸 알게 된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한편, 제주도의 서윤의 집에는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서윤 양의 가족분들 맞으십니까?”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서윤의 부모님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침착하게 그들을 맞이했다.
“강 회장님께서 보내신 사람들입니다.”
서윤의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고 서울에서 먼 길 오셨네요. 그.. 저.. 무슨 일이시죠?”
“이서윤 양이 강재윤 대표님과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하러 왔습니다.”
서윤의 아빠는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런데… 밥은 드셨어요?”
“…네?”
“제주도까지 오셨는데, 밥이라도 먹고 가셔야죠. 우린 또 언제 볼지 모르잖아요.”
당황한 남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결국, 서윤의 가족들은 그들을 붙잡아 진짜로 밥상을 차려주었다.
“여기 와서 우리 딸 헤어지라고 말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을 텐데,
밥이라도 든든하게 드시고 가셔야죠.”
서윤의 엄마는 된장찌개를 푹푹 떠주며 말했다.
“서울 사람들은 다들 이런가요?
사랑하는 사람 보고도 못 만나게 하고, 인생을 주가랑 연결하고?”
한 직원이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저희는 그저 회장님의 뜻을 전달하러 온 거라…”
서윤의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나 서울이나 먹고 살기 참 힘드네..
그래도 우리 딸이랑 헤어지라는 건 너무하네요.
우리 서윤이, 사귈 때 사귀더라도 헤어질 땐 알아서 하거든요.
보기와는 다르게 맺고 끊는 건 아주 칼 같은 아이예요
집사람 닮아서…”
서윤의 아빠는 엄마의 차가운 눈초리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날 저녁, 서윤은 가족과의 영상 통화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 엄마 아빠. 그 사람들 보내서 헤어지라고 시켰다고요?!”
“응. 그런데 그냥 보내긴 그래서 밥은 먹고 가시라고 했어.”
서윤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가족, 역시 평범하지 않아…
하지만 웃음도 잠시, 그녀의 마음속에는 먹먹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강 회장이 우리 가족한테까지 압박을 넣었다는 건,
진짜 심각한 문제란 뜻이잖아…?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
강재윤에게 연락을 할까 말까, 손가락이 망설였다.
그러나 결국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그런데, 서윤이 연락을 끊자 강재윤은 곧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게 된 순간, 그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아버지가… 서윤 가족을 찾아갔다고요?”
강재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 회장은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야. 그 여자를 위해 네 인생을 망칠 생각이냐?”
강재윤의 주먹이 단단하게 쥐어졌다.
“주가가 떨어졌다고요?”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다시 올리겠습니다.
제 힘으로요. 그러니까, 서윤에게 손대지 마세요.”
강 회장은 그의 반응에 처음으로 표정을 바꿨다.
그러나 강재윤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