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연은 사진과 쪽지를 손에 들고 낡은 문을 찾기 시작했다.
사진 속 배경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는 사진을 세세히 살피며 집 안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창고 방 구석에 자리 잡은 낡은 문과 마주쳤다.
"설마… 여기였어?"
그녀는 손을 떨며 문고리를 잡았다. 잠긴 문은 열쇠가 필요해 보였다.
주저하던 서연은 상자에서 발견한 열쇠를 꺼내 들었다.
열쇠가 문에 꼭 맞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긴 호흡을 내쉬고 열쇠를 돌렸다.
문이 천천히 열리며 시야에 들어온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흐릿하고 음산한 안개 속에 황폐화된 도시가 드러났다. 마치 생명이 없는 공간 같았다.
서연은 발걸음을 옮기려다 멈칫했다.
낯설지만 어딘지 익숙한 풍경에 가슴이 떨렸다.
"여기가… 어디지?"
그녀는 중얼거리며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차갑고 습한 공기가 피부에 닿으며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도시의 중심부로 걸어가던 중, 그녀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드디어 왔네."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서연은 놀라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경악했다. 그녀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자신이 아니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음침한 분위기가 그녀와는 전혀 달랐다.
"너… 누구야?"
서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너야. 네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너."
서연은 혼란과 공포가 뒤섞인 감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야? 이게 대체 뭐야?"
"곧 알게 될 거야. 이 세계와 너의 세계가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균열이 너를 어디로 데려갈지 말이야."
그녀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도시의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서연은 본능적으로 귀를 막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 세계가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알 수 없는 공포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주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현실 자체가 부서지는 것 같았다.
바닥이 갈라지고 건물들이 무너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거센 바람이 몰아치며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
"너는 선택해야 해."
또 다른 서연이 말했다.
"이곳에 남아 진실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도망칠 것인지."
"무슨 뜻이야?"
서연은 필사적으로 묻고 싶었지만, 바람이 점점 강해져 목소리가 묻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눈앞이 새하얘졌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을까. 다시 눈을 떴을 때, 서연은 자신의 방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그저 악몽이었다고 하기엔, 손에 단단히 쥐어진 낡은 열쇠가 너무도 현실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