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연은 정신을 차렸을 때 폐허가 된 거리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두통이 밀려왔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그녀와 똑같이 생긴 여자는 여전히 서연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설명해 줄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서연이 단호하게 물었다.
그 여자는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두 세계가 연결되어 있어. 너와 나도 마찬가지로. 하지만 그 균열은 점점 커지고 있고, 네가 그 원인이라는 걸 알아야 해."
"내가 원인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서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세계는 네가 선택하지 않은 선택지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야. 그리고 내가 있는 세계는 네가 외면한 선택들로 만들어진 결과고."
그녀는 서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너의 과거가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어."
서연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뭘 했길래?"
"넌 한때 중요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두 세계를 갈라놓았어. 하지만 그 균열은 이제 다시 너를 중심으로 수렴하려 하고 있어. 너와 내가 충돌해야만 이 모든 걸 끝낼 수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서연은 혼란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증거라도 있어? 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 여자는 냉소를 띠며 손을 뻗었다.
"곧 기억하게 될 거야. 네가 외면했던 진실을. 하지만 그 전에 네가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지."
그 순간, 서연의 머릿속에 강렬한 통증과 함께 과거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린 시절의 그녀가 무언가를 선택하는 장면,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 일들이 빠르게 이어졌다.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무릎을 꿇었다.
"보이기 시작했구나."
그녀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이제 이 세계의 진실을 마주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어."
서연은 고통 속에서도 결심했다.
"내가 뭘 했든, 이 모든 걸 끝내겠어. 더는 도망치지 않겠어."
그녀는 이를 악물며 일어섰다.
그러자 그녀의 또 다른 자아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폐허가 된 도시가 일그러지며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건물들이 뒤틀리고 하늘은 더욱 검게 변했다. 두 세계가 하나로 수렴하는 듯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 선택해. 네 과거를 받아들이고 이 균열을 막을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무너지는 세계를 볼 것인가."
그녀의 또 다른 자아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서연은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녀의 선택이 두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