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창문 너머를 응시했다.
길모퉁이에 서 있던 또 다른 자신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 존재가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음을,
균열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음을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는 두 주먹을 쥐었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니까.
서연은 가볍게 코트를 걸치고 조용히 집을 나섰다.
새벽녘 거리는 고요했고, 가로등 불빛이 길을 따라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균열의 원인이 있었던 장소—그녀가 처음 문을 발견했던 창고 방으로 가야만 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 그녀는 여러 번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길모퉁이를 지날 때마다, 어둠 속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알았다. 그것들은 자신이 만든 두려움의 잔재들이라는 것을.
창고 앞에 도착한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오래된 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가 한 번 닫았지만, 그 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그녀의 선택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내밀었을 때, 균열이 생기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현실이 부서지는 듯한 음산한 소리가 귀를 울렸다.
쨍그랑—
그리고 문이 열렸다.
다른 세계.
서연은 문을 통과하자마자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선 장소에 서 있었다.
폐허가 된 도시, 균열이 깊어진 공간. 그곳에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녀 앞에 또 다른 자신이 서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차갑고 공허한 눈빛이 아닌, 슬픔과 후회가 깃든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야 왔구나."
또 다른 서연이 조용히 말했다.
"이제는 이해해."
서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내 선택이 만든 결과물이고, 내가 외면했던 진실이었어."
"그리고 너는 이제 모든 걸 끝내야 해."
또 다른 서연은 한 걸음 다가왔다.
"우리는 둘 중 하나가 사라져야만 균열이 닫힐 거야."
서연은 숨을 삼켰다.
"나는 널 없애고 싶지 않아."
"그건 네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그녀의 또 다른 자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오래전에 정해진 일이야. 네가 이 문을 닫으려면, 나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나를 지워야 해."
서연은 깊은 갈등에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선택을 해야만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을.
그 순간, 또 다른 균열이 생기며 도시가 흔들렸다.
마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주변 건물들이 균열을 따라 갈라지며 거대한 틈이 생겼다.
서연은 온몸으로 퍼지는 강한 기운을 느꼈다.
그녀의 또 다른 자아는 여전히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이 사라지면 나도 함께 사라질 거야."
녀는 조용히 말했다.
"그러니 선택해. 네가 이 모든 걸 끝낼 준비가 되었는지."
서연은 마지막으로 도시를 둘러보았다.
균열이 깊어질수록 세계는 점점 부서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그녀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녀가 과거를 외면하고 선택을 두려워했던 결과가 이곳이었다.
결국, 그녀는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천천히 손을 뻗어 균열의 중심으로 다가갔다. 마지막 순간, 또 다른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후회하지 마."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순간, 모든 것이 빛으로 물들었다.
균열이 닫히며 서연의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