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나고, 세상의 관심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었다.
소속사의 공식 입장 발표, 현준의 직접 해명으로 인해 더 이상 하영을 둘러싼 루머는 힘을 잃었다.
기자들도 떠났고, 팬들도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모두가 원하던 ‘조용한 일상’이 드디어 찾아왔다.
그런데도… 이상했다.
왜 마음이 이렇게 허전하지?
이젠 평소처럼 편안해야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현준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연락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엮이던 나날들이 갑자기 끝나고 나니, 오히려 어색했다.
"아… 이거 뭐야. 내가 먼저 연락해야 하나?"
하영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연락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전 같았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찾아와 "야, 저녁 뭐 먹어요?"라고 장난스럽게 물었을 텐데…
이제는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어색할 정도였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유현준] - 집에 있어요?
[김하영] - 네. 왜요?
[유현준] - 잠깐 나와요.]
하영은 깜짝 놀랐다.
"어? 갑자기?"
하지만 고민할 틈도 없이 그녀의 몸은 이미 현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문을 열자, 현준이 서 있었다.
그는 후드티에 편한 차림으로, 평소보다 더 수수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왜 안 오나 했어요."
현준은 조용히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진짜 조용한 생활로 돌아갔길래, 이제 날 신경 안 쓰려나 싶어서요."
하영은 피식 웃었다.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현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한테도 그래요."
"네?"
"신경 안 쓰려 했는데,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심지어 기자들 때문에 멀어져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 때… 더 생각났어요."
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결국 답을 찾았어요. 난, 신경 쓰이는 게 싫지 않아요."
하영은 그를 바라봤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 같은 답을 내리고 있었다.
"하영 씨는 어때요?"
하영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덧붙였다.
"너랑 있으면 좋아."
현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그럼 됐네요."
그렇게, 어쩌다 시작된 이웃과의 인연은…
조용히 사랑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 둘의 관계는 더 이상 모호하지 않았다.
굳이 무언가를 정의하려 하지 않아도, 서로를 향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리고, 하영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조용한 일상도 좋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소란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그 소란이 ‘유현준’이라는 사람이었다.
"야, 오늘 저녁 뭐 먹어요?"
"또 그 질문이야? 네가 정해요!"
"하영 씨가 정하면 그게 더 맛있을 것 같아서요."
"됐고요. 가위바위보로 정해요."
둘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걸어갔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미소 속에서…
분명한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