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옆집에 누가 산다고요?

1화 - 옆집에 누가 산다고요?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오후, 김하영은 창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조용한 동네에서 혼자 사는 게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아, 평화롭다."

출판 번역을 하면서 집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이곳은 완벽한 안식처였다. 도심과 적당히 떨어진 이 조용한 주택가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살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평온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저기요, 조심하세요!"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무언가가 휙 지나가며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퍽. 크고 무거운 박스가 그녀의 발끝에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자 누군가가 팔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괜찮으세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하영은 얼떨결에 고개를 들어 올려다봤다. 검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이 반쯤 가려져 있었지만, 날렵한 턱선과 짙은 눈썹,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이었다. 그가 급히 박스를 주워들고는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이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사? 하영은 그제야 옆집에 며칠 전부터 작업이 한창이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부딪힐 줄이야.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앞을 좀 보고 다니세요."

"그러려고 했는데, 짐이 너무 많네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그는 짧게 웃고는 박스를 옮기러 갔다. 하영은 찝찝한 기분을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그녀는 부엌으로 가며 휴대폰을 열어 뉴스 기사를 훑었다. 그러다 우연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유현준_한적한_주택가로_이사

하영의 손가락이 멈췄다. 설마? 호기심에 기사를 클릭하자 사진 한 장이 뜨는데, 조금 전 그녀와 부딪친 그 남자가 그대로 찍혀 있었다.

"...진짜?"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 ECLIPSE의 센터이자 리더, 유현준이 바로 그였다.

"말도 안 돼. 이런 조용한 동네에 아이돌이 산다고?"

그녀는 재빨리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마침 그 남자가—아니, 유현준이 박스를 들고 현관문을 열고 있었다.

"하... 유명한 사람은 다르게 생기긴 했더라니. 근데 왜 여기로 온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녀는 순간 현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살짝 놀란 듯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저 사람... 지금 나한테 인사한 거야?"

하영은 당황해서 얼른 커튼을 내렸다. 그런데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운명이야? 나랑은 전혀 상관없어야 할 사람이 바로 옆집에 살다니."

잠시 후, 휴대폰이 울렸다. 단짝 친구인 수진이었다.

"야, 너네 동네에 유현준 이사 갔다면서? 실화야?"

"...어떻게 알았어?"

"네가 모를 리가 없지! 온 커뮤니티가 난리 났어. 옆집이면 혹시 너랑 마주친 거 아니야?"

하영은 순간적으로 대답을 망설이다가, 무심한 척 대꾸했다.

"그냥 스쳐 지나간 정도야. 그런데, 이거 좀 심각한 거 아니야? 내 일상 완전 망가지는 거 아냐?"

수진이 킥킥 웃었다.

"야, 좋은 기회 아냐? 유명한 사람 옆집이라니, 인연이 생길 수도 있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연예인 관심 없거든. 난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은데..."

그러나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이 사건은 단순히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하영은 다시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유현준은 여전히 짐을 옮기고 있었고, 중간중간 주변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설마 내 일상이 시끄러워지는 건 아니겠지?"

2화 - 아이돌은 이렇게 사는 건가요?

2화 - 아이돌은 이렇게 사는 건가요?

늦은 밤, 하영은 출출함을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열었다. "음… 치킨이냐, 떡볶이냐, 아니면 그냥 라면 끓여 먹을까?" 고민 끝에

"내 이웃은 아이돌""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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