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거실 소파에 앉아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며칠이 지나도 인터넷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그녀의 SNS는 쉴 새 없이 알람이 울렸고, 평소 연락도 없던 대학 동창들까지
“너 그 사람이랑 진짜 사귀는 거야?”라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DM이 날아왔다.
[너 누구야? 현준 오빠랑 사귀는 거 맞아?]
[일반인 주제에 뭐야ㅋㅋㅋ 팬들 기만하는 거야?]
[부럽다… 너 운 진짜 좋다]
"하… 진짜 미치겠네."
하영은 짜증이 치밀어 휴대폰을 침대 위로 던졌다.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인터넷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집 앞에 기자들이 몰려드는 건 기본이었고, 심지어 어떤 팬들은 직접 집 근처까지 찾아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래서 연예인이랑 엮이면 안 되는 거였어.’
그때, 벨이 울렸다.
띵동.
"또 뭐야?"
혹시 또 기자인가 싶어 경계하며 인터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화면 속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유현준.
하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은 또 뭐야…"
문을 열자, 모자를 푹 눌러쓴 현준이 썬글라스를 낀 채 서 있었다.
"좀 들어가도 될까요?"
"…뭐 하러요?"
"얘기 좀 하려고요."
하영은 피곤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다가 문을 열어줬다.
"들어와요. 근데 딱 10분만요."
현준은 자연스럽게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하영도 마지못해 맞은편에 앉으며 팔짱을 꼈다.
"무슨 얘기하려고요?"
현준이 휴대폰을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김하영, 누구길래 유현준과 한집에?]
[이웃일 뿐이라지만, 늦은 밤까지 함께한 건 의심스러워…]
하영은 이를 악물었다.
"이걸 보려고 일부러 찾아온 거예요?"
"아니요. 이 상황이 걱정돼서요."
"지금 걱정해야 하는 건 저거든요?"
하영은 짜증 난 듯 머리를 쓸어넘겼다.
"진짜… 저한테 관심 좀 끄면 안 돼요? 저는 조용히 살고 싶어요!"
현준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저도 조용히 살고 싶은데요?"
"그럼 왜 자꾸 이렇게 만드는 건데요?"
"내가 원해서 이런 게 아니잖아요."
하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현준도 이 상황을 원한 건 아닐 테니까.
그런데도 이상하게 짜증이 났다.
"어쨌든 전 관심 받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앞으로 저한테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진짜 신경 쓰이지도 않는데요?"
현준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하영은 순간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됐어요. 저도 신경 안 쓸 거니까."
"좋아요. 그럼 서로 신경 끄기로 합시다."
하영과 현준은 그렇게 대화를 끝냈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었다.
다음 날, 하영은 장을 보러 나섰다. 근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데,
누군가 계속 자신을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설마…’
고개를 돌리자, 젊은 여성 두 명이 자신을 보고 속삭이고 있었다.
"맞지? 저 여자야."
"응, 어제 기사에서 봤어. 사진 속 모습이랑 똑같아."
하영은 숨이 턱 막혔다.
이제는 동네에서까지 알아보는 거야?
그녀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최대한 빨리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문을 닫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 진짜 미치겠네."
그때, 옆집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표정 왜 그래요?”
현준이 밖으로 나오며 그녀를 보며 물었다.
하영은 잠시 그를 보다가 이내 화가 치밀어 올라 성큼성큼 다가갔다.
"다 그쪽 때문이에요!"
"네?"
"이제는 길 가다가도 사람들이 절 알아봐요. 다 그쪽 때문이라구요!"
현준이 미간을 좁히며 한숨을 쉬었다.
"그거야 나도 어쩔 수 없는 문제잖아요."
"전 조용히 살고 싶다고요! 그러니까 앞으로 저한테 신경 끄고,
더 이상 엮이지 않게 해주세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한 후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현준은 어이없다는 듯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야… 난 관심도 없는데 왜 저렇게 화가 난 거지?"
그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문을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