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나도 신경 쓰이니까

8화 - 나도 신경 쓰이니까


며칠 동안, 하영의 일상은 평소처럼 돌아가는 듯했다.
기자들도 잠잠해졌고, 팬들도 서서히 관심을 끄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무언가 허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던 하영은 결국 혼잣말을 했다.

"…이상하게 조용하네."

그도 그럴 것이, 매일같이 그녀의 집을 찾아와 심심하다며 놀던 유현준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연락을 끊고 난 뒤로, 옆집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그동안 그렇게 귀찮아했으면서도, 막상 아무런 방해도 없이 혼자 지내니 오히려 허전했다.

‘이거 뭐야. 내가… 신경 쓰고 있는 거야?’

하영은 스스로 황당해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냥 익숙해져서 그런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려 애썼지만, 마음이 계속해서 어딘가 허전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늦은 시간, 하영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골목을 지나가다 낯익은 실루엣이 보였다.

검은 모자와 후드티를 쓴 채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

"…유현준?"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현준은 그녀를 보지도 않은 채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뭐야, 이 시간에 여긴 왜 나와 있어?"

평소 같았으면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하영은 깊은 한숨을 쉬며 그에게 다가갔다.

"야."

현준은 이어폰을 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뭐야. 갑자기 이 시간에 길거리에서 뭐 하는데?"

현준은 피곤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냥, 바람 좀 쐬려고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하지만 그가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웃지도 않는 걸 보니, 분명 무슨 일이 있었다.

하영은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벤치 옆에 털썩 앉았다.

"…진짜 아무 일도 없어요?"

현준은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생각?"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하영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평소처럼 밝고 장난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항상 똑같은 하루의 반복이었어요. 연습, 무대, 방송, 인터뷰… 그러다 보면 하루가 다 가 있고."

"그거야… 연예인이라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이걸 정말 원해서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건지."

하영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무언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요즘 기분이 좀 그랬구나."

현준은 피식 웃었다.

"네. 뭐, 별거 아니에요."

하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뭔데?"

현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말이 없던 그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걸 몰라서 고민 중이죠."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 요즘 나 피해?"

현준이 살짝 당황한 듯 그녀를 바라봤다.

"…네?"

"너 일부러 나 피해 다니잖아."

현준은 잠시 말이 없다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하영 씨가 그러라고 했잖아요."

하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직접 선을 그었으니까, 그가 그걸 지키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기분이 나빴다.

"그래도…"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너 그렇게 확 사라지니까, 좀 그렇더라."

현준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영은 눈을 피하며 툭 던졌다.

"…나도 신경 쓰이니까."

그 말에 현준의 눈이 조금 커졌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지금 그거, 고백인가요?"

"뭐? 아니거든!"

하영은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벌떡 일어났다.

현준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데?"

"아 진짜, 너 왜 이렇게 장난을 치고 그래!"

"근데, 하영 씨."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이제, 저한테 신경 써도 돼요?"

하영은 순간 말이 막혔다.

그의 말에, 가슴이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몰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녀는 휙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따뜻했다.

"그럼, 다시 귀찮게 해도 되겠네요?"

하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알아서 하세요!"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걸 느끼며.

그리고, 그녀는 몰랐다.이제부터가 정말 시작이라는 걸

9화 - 폭풍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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