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폭풍 속에서

9화 - 폭풍 속에서

그날 이후, 하영의 일상은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이전처럼 조용한 나날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현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본격적으로 그녀의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아니, 거의 침범에 가까웠다.

"야, 김하영. 저녁 뭐 먹어요?"
"너 갑자기 왜 이렇게 자주 와?"
"신경 써도 된다면서요. 신경 쓰니까요."

그는 당당했다. 너무 당당해서 더 당황스러웠다.

하영은 일부러 모른 척하며 넘어가려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게 그의 방문을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니, 이게 아닌데…’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세상의 관심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하영아, 이거 봤어?"

친구 수진이 전화를 걸어왔다.

"뭐?"

"기사 났어. 또."

하영은 순간 머리를 짚었다.

"…설마."

수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엔 그냥 스캔들 정도가 아니라, 네 신상까지 파헤쳐졌어."

"뭐?"

하영은 재빨리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기사들에 숨이 턱 막혔다.

[유현준과 연관된 일반 여성, 그녀는 누구인가?]
[김하영, 출판 번역가라는 건 핑계? 과거 행적 조명]
[연예인 사생활 침해 논란 속, 그녀의 정체에 대한 관심 증폭]

하영은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이건 아니잖아…’

단순한 루머가 아니었다.
이제는 그녀의 과거 SNS 기록, 친구 관계, 심지어 가족 이야기까지 파헤쳐지고 있었다.

그녀는 불안에 떨며 손을 움켜쥐었다.

그때, 벨이 울렸다.

띵동.

하영은 놀라서 문을 열었다.

"…"

현준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장난스럽지 않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영 씨."

"…"

"괜찮아요?"

그 말에, 하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와서, 그녀의 휴대폰을 슬쩍 빼앗아 화면을 확인했다.

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건 선 넘었는데."

하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게요. 정말, 너무하죠."

"…미안해요."

"네?"

"내가 괜히 옆집에 와서 이런 일이 생긴 거니까."

그의 말에 하영은 순간 멍해졌다.

그러고 보니, 처음 그가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조용한 삶을 살던 그녀에게, 그는 태풍처럼 들이닥쳤다.

그리고, 정말 태풍이 되어버렸다.

하영은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됐어요. 그냥… 이러다 말겠죠."

그녀는 담담한 척했지만,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준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이렇게 놔두면 안 돼요."

"뭘 어떻게 하게요?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

"그냥… 내 방식대로 해결해볼게요."

하영은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더 자극적인 기사라도 내겠다는 거예요?"

"아니요."

현준은 휴대폰을 꺼내어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내가 직접 이야기할게요."

그날 저녁.

인터넷에는 예상치 못한 뉴스가 올라왔다.

[유현준, 직접 SNS에 글 올려… “제 사생활로 인해 피해 본 분이 있습니다.”]
[유현준, 루머 해명… “그녀는 단순한 이웃일 뿐. 더 이상 근거 없는 억측 삼가달라”]

하영은 그의 SNS 글을 읽으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김하영 씨는 저와 사적인 관계가 아닙니다.그녀는 단순한 이웃이었고, 제가 이곳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할 때 도움을 줬던 사람일 뿐입니다.제 사생활로 인해 그녀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무분별한 억측을 삼가 주세요.]

그녀는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그때, 현준에게 메시지가 왔다.

[유현준] - 이제 좀 잠잠해질 거예요. 괜찮아요?
[김하영] - 몰라요. 그냥… 모르겠어요.]
[유현준] - 걱정하지 마요. 난 괜찮으니까.]

하영은 잠시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타이핑을 쳤다.

[김하영] - 나한텐 너도 걱정되는 문제야.]

그리고, 전송 버튼을 누르려다가 망설였다.

결국…

그녀는 한숨을 쉬며 메시지를 지웠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진짜… 이젠 신경 안 써야 하는데."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미, 그는 그녀의 마음속 깊이 들어와 있었으니까.

10화 - 너랑 있으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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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나고, 세상의 관심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었다. 소속사의 공식 입장 발표, 현준의 직접 해명으로 인해 더 이상 하영을 둘러싼 루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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