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302호를 철저히 수색한 후에도 강현주의 마음은 무거웠다.
강진수가 체포되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남아 있었다.
특히, 벽 안에서 발견된 밀실과 녹음된 구조 요청 소리.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를 가장 불안하게 만든 것은 층간소음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쿵... 쿵... 쿵...
여전히 같은 패턴의 두드림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이 모든 문을 열어보고, 방을 조사하고,
밀실까지 뒤졌는데도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이 소리는 강현주만이 들을 수 있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강진수가 체포됐는데도 소리가 계속 들려요."
강현주는 경찰 앞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혼자가 아니었던 게 분명해요."
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302호의 벽 안에서 실종자 흔적이 발견되긴 했지만,
정황상 최근까지 감금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몇 년 전의 흔적일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그렇다면, 이 소리는 뭐죠?
대체 누가 저를 부르고 있는 거죠?"
강현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때, 강진수에게 감금당했던 여성, 윤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한층 더 떨리고 있었다.
"저도... 아직 들려요."
경찰들은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바닥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가 나를 가둬뒀을 때... 가끔씩 벽 너머에서 소리가 났어요.
처음엔 저처럼 갇혀 있는 사람이 있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 소리는 제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어요."
강현주는 숨을 삼켰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윤서는 고개를 들었다.
"그건... 사람이 낼 수 없는 소리였어요. 하지만 확실히 누군가 절 부르고 있었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다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경찰들은 긴장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며 강현주는 깨달았다. 경찰들은 이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벽을 짚었다. 그 순간,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쿵... 쿵... 쿵...
그러더니 이번에는 또렷한 속삭임이 들렸다.
"...여기 있어..."
강현주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경찰들이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죠?"
"소리가... 누군가가 속삭였어요! 이 벽 안에서...!"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형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현주 씨, 너무 긴장해서 환청을 듣는 걸 수도 있습니다."
강현주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여기에 누군가가 있어요! 아직도!"
윤서도 몸을 떨며 말했다.
"저도 들었어요... 그는 아직 여기 있어요."
하지만 경찰은 현실적으로 반응했다.
"강진수는 체포됐고, 밀실에서도 살아 있는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좀 쉬시는 게 좋겠어요."
경찰들은 결국 추가적인 조사는 하지 않은 채 302호를 떠났다.
하지만 강현주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문을 바라보며 결심했다.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어."
그녀는 다시 302호 안으로 들어갔다.
윤서는 그녀를 말리려 했지만, 강현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 혼자 가야 해요."
302호는 불이 꺼진 채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벽에는 강진수가 남긴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밀실로 연결된 벽은 아직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그녀는 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여기에... 누가 있나요?"
순간, 강현주의 등 뒤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벽 너머에서 두드리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쿵... 쿵... 쿵...
그녀는 용기를 내어 벽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 속을 조심스럽게 더듬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벽 안쪽은 여전히 축축했고, 어딘가에서 습한 냄새가 풍겨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오래된 녹음기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강진수가 사용했던 것과 같은 모델이었다.
강현주는 떨리는 손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기괴한 잡음과 함께 익숙한 두드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도와줘...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