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끝나지 않은 울림

8화: 끝나지 않은 울림

그녀는 순간 멈춰 섰다.

그 목소리는 그녀가 전에 들었던 어떤 소리와도 달랐다. 그것은...자신의 목소리였다. 강현주는 공포에 질려 녹음기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녹음기는 여전히 작동하며 그녀의 목소리를 반복하고 있었다.

"도와줘... 도와줘..."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무슨..."

그 순간, 등 뒤에서 차가운 손길이 느껴졌다.

쿵... 쿵... 쿵...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두드림 소리는 점점 더 강해졌다.

강현주는 숨을 헐떡이며 밀실 안을 두리번거렸다.

경찰이 모든 조사를 마쳤지만,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곳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벽을 짚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손끝에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

쿵... 쿵... 쿵...

이번에는 훨씬 가까이에서, 마치 벽 안에서 직접 들리는 듯한 소리였다.

그녀는 숨을 삼켰다. 강진수는 체포되었지만,

그가 남긴 밀실의 흔적, 그리고 사라진 실종자들. 이곳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는 결심한 듯 경찰이 남겨둔 손전등을 들어 벽을 비추었다.

부서진 시멘트 조각 사이로 희미한 틈이 보였다.

떨리는 손으로 벽을 밀어보자, 벽은 생각보다 쉽게 움직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벽 너머에는 또 다른 공간이 있었다. 축축하고 어두운 공간.

공기는 무겁고,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벽에는 긁힌 자국이 가득했고, 바닥에는 오래된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또 하나의 녹음기가 있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녹음기를 집어 들고 버튼을 눌렀다.

잡음이 흘러나오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나갈 수 없어... 그는 돌아올 거야... 도와줘...”

그녀는 숨을 멈췄다.

목소리는 분명히 여성의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희미한 속삭임이 녹음 속에서 들려왔다.

“강현주...”

그 순간, 그녀는 손에서 녹음기를 떨어뜨렸다.

자신의 이름이 들렸다. 하지만 이 녹음은 분명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벽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 순간 바닥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집어 들었다. 낡고 해진 종이였다.

종이를 펼쳐보자, 안에는 손으로 급하게 적힌 글귀가 있었다.

“나를 찾았구나. 네 차례야.”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 순간, 벽 너머에서 다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이번에는, 바로 그녀의 등 뒤에서.

공포에 질린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벽을 빠져나왔다.

손전등을 떨어뜨리고, 문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문고리를 흔들어보았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문을 가로막고 있는 듯했다.

“도와줘!”

그녀는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변했다.

귀를 찌르는 듯한 정적이 흐르고, 벽 너머에서 들리던 두드림 소리가 사라졌다.

대신, 차가운 속삭임이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

“이제... 네 차례야...”

그녀는 몸을 움츠렸다. 방 안의 공기가 점점 무거워졌다.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문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방을 빠져나왔다.

밀실을 벗어나 복도로 나왔을 때, 그녀는 주저앉아 헐떡였다.

하지만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경찰도, 윤서도,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그런데 화면에 찍힌 시간은... 몇 시간 전, 그녀가 밀실로 들어가기 직전의 시간이었다.

강현주는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그녀는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가 아파트를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1층 로비로 나오는 순간, 그녀는 숨이 멎었다. 그곳에는, 익숙한 실루엣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은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어둠 속에서도 분명히 보이는 얼굴. 강진수였다. 하지만 그는 체포되지 않았던가? 그가 걱정된 표정으로 말한다.

“괜찮아, 현주야?”

강현주는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그의 뒤로, 또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윤서였다. 하지만 그녀 역시 걱정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건... 무슨 장난이야?”

강현주는 공포에 질린 채 몸을 돌려 도망쳤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문을 찾으려 했지만, 아파트 복도는 끝이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현주가 기괴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나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휴...”

윤서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강진수가 강윤서를 돌아보며 말한다.

“윤서야, 지금 몇 시지?”

오랜 간호에 지친 듯 윤서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언니, 약 먹을 시간이 지났어요.”

윤서의 도움으로 클로르프로마진을 투여 받고 침대에 누운 현주의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

고요한 새벽이 되니 다시 들리는 쿵쿵쿵 소리. 현주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번쩍 뜨며, 걱정 가득한 불안한 눈빛으로 중얼거린다.

“무슨 소리지?”

쿵쿵쿵-

현주의 귀를 괴롭히는 듯한 낮고 불쾌한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범인을 꼭 찾아낼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분주하게 녹음기를 찾아 켜는 현주가 비장해 보인다. 현주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