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과 준호가 연애를 시작한 후에도, 둘의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사건건 부딪혔고, 의견 차이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충돌 속에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소민 씨, 오늘은 분위기 좋은 프렌치 레스토랑 어때요?”
준호가 추천하자, 소민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저는 오히려 조용한 한식당이 더 좋은데요.”
“한식도 좋지만, 가끔은 색다른 곳에서 분위기 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아요?”
“반대로, 저는 편한 곳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예전 같았으면 싸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준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타협하죠. 한식집에서 저녁 먹고, 디저트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소민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역시 우린 이런 식으로 조율해야 하네요.”
연애를 시작한 후에도 둘의 말다툼은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연애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르다 보니, 사소한 문제도 크게 번질 때가 많았다.
어느 날, 소민이 일이 늦어져서 저녁 약속을 취소해야 했다.
“준호 씨, 미안해요. 오늘 회의가 길어져서 저녁은 어렵겠어요.”
전화를 받은 준호는 살짝 실망한 듯했지만, 이해하려 노력했다.
“괜찮아요. 그런데 소민 씨, 가끔은 일보다 우리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주면 안 될까요?”
“저도 노력하는데… 제 일이 워낙 스케줄이 빡빡하잖아요.”
“그래도 연애는 서로 시간을 맞춰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소민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준호 씨는 감정에 너무 치우쳐요. 저는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만, 여전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충돌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하지만 준호는 더 이상 화를 내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소민 씨는 결국 제게 와서 미안하다고 하잖아요. 그거면 됐어요.”
소민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럼 결국 당신이 이긴다는 거네요?”
“아뇨. 우리가 맞춰가고 있다는 거죠.”
그렇게 두 사람은 여전히 부딪히면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준호는 소민 덕분에 좀 더 체계적인 사고를 하게 되었다.
감정만으로 움직이던 그는 이제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연애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도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다.
반면, 소민은 준호 덕분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단순히 계산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즐기고,
사랑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갔다.
서로의 방식이 다르지만, 결국 그 차이가 서로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사랑이란, 부딪히면서도 함께하는 것
어느 날, 두 사람은 한적한 공원을 걷고 있었다. 준호가 문득 말했다.
“우린 아마 평생 싸우면서 살 것 같아요.”
소민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그럼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요?”
준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요. 난 오히려 그게 좋아요.”
소민은 그의 진심 어린 눈빛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저도 그래요.”
사랑이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조율하며 함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사랑하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두 사람이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카페에서 나란히 앉아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창밖으로는 잔잔한 빗방울이 내리고 있었고,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싸우겠죠.”
소민이 말했다.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하지만 싸우면서 더 알아갈 거예요.”
“그리고 또 화해하고, 서로를 더 이해하고.”
“그게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이니까.”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함께 나아가기로 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래야만 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