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 고층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트렌디한 카페.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한소민은 여느 때처럼 커피를 들고 노트북을 펼쳤다.
연애 카운슬러로서 그녀는 매일같이 상담을 진행하며 연애 공식을 정리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연애에도 분명한 법칙이 있으며, 그 공식을 따르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믿음이 흔들릴 첫 번째 순간이 찾아왔다.
“한소민 씨?”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날렵한 슈트 차림에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
그는 패션계에서 유명한 디자이너 강준호였다.
“아, 강준호 씨. 앉으세요.”
두 사람은 연애 컨설팅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하기 위해 만났다.
유명 패션 브랜드가 기획한 특별 프로젝트로, 연애를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이었다.
소민이 연애 이론을 제공하고, 준호가 이를 바탕으로 스타일링과 패션 요소를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첫 만남부터 분위기는 험악했다.
“연애 공식이라… 그게 정말 효과가 있다고 믿으시는 건가요?”
준호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물론이죠. 연애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성향과 심리를 파악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져요.”
“흥미롭네요. 하지만 연애는 공식이 아니라 감정 아닙니까?
감정은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없어요.”
소민은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이론을 전면 부정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감정이 중요하다는 건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감정을 통제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더 안정적인 연애가 가능합니다.”
“그건 연애가 아니라 비즈니스 같네요. 사랑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점점 거세졌다.
소민은 준호가 너무 감정적이라고 생각했고, 준호는 소민이 너무 기계적이라고 생각했다.
대화가 오갈수록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카페 직원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조용히 말하며
분위기를 완화하려 했지만, 두 사람은 이미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래서 강준호 씨는 연애 경험이 많으신가 봐요?”
소민이 도발적으로 물었다.
준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를 지었다.
“연애는 감각적으로 해야 하는 거니까요. 경험이 많다고 할 수 있죠.”
소민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거슬렸다.
“그렇군요. 하지만 감각만 믿다가는 제대로 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죠.”
준호는 콧웃음을 치며 반박했다.
“그건 사람마다 다른 겁니다. 공식대로 하면 재미없는 연애가 될 수도 있어요.”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되었다.
카페 안의 다른 손님들이 두 사람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것도 느껴졌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만들려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소민이 결국 숨을 고르고 차분히 말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서로의 방식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되겠죠.”
준호도 한 발 물러섰다.
긴장된 대화가 끝나고, 둘은 각자의 생각을 정리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프로젝트가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카페를 나서며 소민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연애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믿어왔고,
수많은 사례를 통해 그 이론이 맞다는 확신을 얻었다.
하지만 강준호라는 인물은 그런 그녀의 신념을 처음부터 흔들어 놓고 있었다.
“재미있겠군.”
반면 준호는 카페를 나서며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감정이 중요한 연애에서, 공식과 법칙을 운운하는 여자를 처음 만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논리가 완전히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논리를 뒤집어 볼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에
그는 묘한 기대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