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감정과 이성 사이

4화: 감정과 이성 사이

소민은 촬영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편집실 한쪽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며 촬영본을 반복해서 돌려보았다.

그 속에는 자신이 기획한 장면과 준호가 연출한 장면이 교차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의 연출 방식이 감각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그의 방식에도 분명한 논리가 있었다.

‘감정이 없다면 연애가 아니다.’

준호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녀는 늘 연애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준호와 함께 작업하면서 감정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소민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한 사람의 말을 곱씹어 본 적이 있었던가?

준호와의 논쟁이 단순한 업무적 갈등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흔드는 도전처럼 느껴졌다.

그때,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안 갔어요?”

준호였다. 그는 손에 커피 두 잔을 들고 있었다.

하나를 소민에게 내밀며 자연스럽게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고마워요.”

소민은 커피를 받아들었지만, 여전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준호는 그런 그녀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뭐가 그렇게 고민돼요?”

“그냥… 당신 말이 생각나서요.”

“내 말?”

“감정이 없다면 연애가 아니라는 말.”

준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요?”

소민은 잠시 망설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요. 감정이 중요하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전이 있네요.”

준호는 장난스럽게 웃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진지함이 서려 있었다.

소민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걸 느꼈다.

다음 날, 제작진은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외부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했다.

연애 실험을 직접 체험해 보는 기획으로, 제작진뿐만 아니라 출연진도 참여하는 이벤트였다.

“우리도 참가해야 하나요?”

소민이 물었다.

“그럼요. 기획자로서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중요하죠.”

준호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결국, 두 사람도 워크숍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워크숍 장소는 도심에서 떨어진 한적한 펜션이었다.

첫 번째 실험은 ‘서로에 대한 감정 테스트’였다.

상대방을 관찰하고, 서로의 감정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은 짝을 이루어 질문지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소민과 준호는 자연스럽게 한 조가 되었다.

“자, 첫 번째 질문. 상대방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준호가 질문을 읽으며 소민을 바라보았다.

소민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거만하고,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적이에요.”

준호는 피식 웃었다.

“좋은 점은 없나요?”

“디자인 감각은 뛰어난 것 같아요.”

“그거 칭찬인가요?”

“글쎄요.”

두 사람은 그렇게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질문을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점점 부드러워졌다.

실험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자유시간을 가졌다.

소민은 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왔고, 준호도 뒤따라 나왔다.

“하늘이 예쁘네요.”

소민이 무심코 말하자, 준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을이 지며 붉게 물든 하늘이 펜션 위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네요.”

준호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를 향해 물었다.

“소민 씨는 왜 그렇게 이성적인 연애를 고집하나요?”

소민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순간 말을 잃었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과거 경험 때문이에요. 감정에 휘둘려서 후회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감정보다는 이성이 중요하다고 믿었어요.”

준호는 그녀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연애는 이성만으로 할 수 없잖아요.”

소민은 한숨을 쉬며 미소 지었다.

“그러게요. 당신을 만나고 그걸 점점 깨닫고 있어요.”

그녀의 솔직한 고백에 준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문득, 서로가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을 느꼈다.

펜션 마당의 조명이 하나둘 켜지면서, 두 사람은 말없이 그 빛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서로의 마음속에서도 작은 불빛이 하나 켜진 듯했다.

5화: 질투의 감정

5화: 질투의 감정

프로젝트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소민과 준호의 협업도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여전히 의견 충돌은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의 방식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조율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