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결단의 순간

8화: 결단의 순간

프로젝트의 마무리가 다가오면서, 촬영장은 분주했다.

마지막 회차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스태프들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유독 서먹한 두 사람이 있었다.

소민과 준호.

서로를 피하는 듯한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조용한 화제가 되었다.

예전에는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필요한 말만 주고받으며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민은 촬영 모니터를 바라보면서도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

준호가 자신의 곁을 지나가면 괜히 어색해졌고,

그가 스태프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을 때면 알 수 없는 감정이 그녀를 짓눌렀다.

‘이제 끝이야.’

그녀는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각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고,

지금의 어색한 감정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촬영이 끝난 후, 스태프들과 출연진은 마지막 회식 자리를 가졌다.

모두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에 축하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 열기 속에서도 소민과 준호는 마주 앉지 않았다.

준호는 술을 한 잔 들이켜며 소민의 모습을 몰래 훔쳐보았다.

그녀는 평소처럼 단정한 모습으로 스태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어딘가 멍해 보였다.

자신을 피하려는 듯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느껴졌다.

‘이대로 끝내야 할까?’

준호는 고민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감정도 점점 희미해질까?

아니면 더욱 선명해질까?

그가 망설이는 사이, 소민이 먼저 자리를 떴다.

준호는 순간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 나갔다.

건물 밖으로 나온 소민은 밤공기를 마시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

그런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민 씨.”

놀란 듯 돌아보니, 준호가 서 있었다.

그는 망설이는 듯하다가 이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대로 끝낼 거예요?”

소민은 당황했다.

“끝내다니요? 프로젝트는 마무리됐고, 이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죠.”

“그게 전부예요?”

준호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나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소민은 애써 시선을 피하며 차분히 말했다.

“우린 그냥 동료였어요. 프로젝트 때문에 가까워졌을 뿐이에요.”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준호는 한 걸음 다가서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 순간, 소민은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감정에 휘둘리는 걸 싫어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준호와 함께했던 순간들은 단순한 업무적인 관계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강렬했다.

소민이 침묵하는 동안, 준호는 깊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결심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그냥 보내지 않을 거예요.”

소민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뭐라고요?”

“나는 소민 씨를 보내고 싶지 않아요. 내 감정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고.”

그의 진심이 담긴 말에 소민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했다.

“우리 너무 다르잖아요. 연애관도, 일하는 방식도. 분명히 또 부딪힐 거예요.”

“부딪히면 부딪히는 대로 풀어가면 되잖아요.”

준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린 그동안 그렇게 해왔고, 결국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잖아요.”

소민은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다잡으려 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이미 망설임이 가득했다.

준호는 그런 그녀를 지켜보다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나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소민 씨는요?”

소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고, 그게 맞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준호를 만나면서 그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도 결정을 내려야 했다.

준호는 소민이 답을 내릴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내일 오전 비행기로 떠나요. 하지만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내가 기다릴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그 말을 남긴 채, 준호는 돌아섰다.

소민은 그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의 선택은 무엇일까?

그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9화: 진심을 깨닫다

9화: 진심을 깨닫다

소민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준호가 남긴 마지막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기다릴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그 말에 담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