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진심을 깨닫다

9화: 진심을 깨닫다

소민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준호가 남긴 마지막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기다릴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면서도, 소민은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감정에 휩쓸리는 것을 두려워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이제는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끊임없이 부딪히면서도 결국에는 서로를 인정하고 보완해왔던 시간들.

감정과 이성이 충돌하면서도 끝내 조화를 이루던 과정.

소민은 깨달았다.

자신은 이미 그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새벽이 되도록 침대에 누워 있던 소민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을 집어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비행기 이륙까지 몇 시간 남지 않은 새벽이었다.

‘지금 가야 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소민은 옷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섰다.

거리에는 아직도 어둠이 깔려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확고했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소민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준호는 그녀를 기다릴까? 아니면 이미 떠나버렸을까?

그가 떠나기 전에 꼭 말해야 한다.

소민은 핸드폰을 꺼내 그의 번호를 눌렀다.

그러나 벨이 울리기만 할 뿐, 준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제발… 늦지 않기를.’

공항에 도착한 소민은 허겁지겁 출국장으로 뛰어갔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그의 모습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게이트 근처에서 앉아 있는 준호를 발견했다.

그는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

“강준호!”

소민은 그를 부르며 달려갔다. 준호는 그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소민 씨…?”

숨을 몰아쉬며 그 앞에 선 소민은 두 눈을 마주 보았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가지 마요.”

준호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뭐라고…?”

“가지 말라고요. 난… 난 강준호 씨가 필요해요.”

소민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만큼 진심이 담겨 있었다.

준호는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민 씨…”

그녀는 숨을 고르며 계속 말했다.

“처음엔 우리 너무 달라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은 감정에 솔직하고,

난 늘 이성적으로 연애를 분석하려 했고.

그래서 계속 부딪히고, 서로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준호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어요. 당신이 내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난 당신이 곁에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녀의 고백에 준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지금… 고백하는 거예요?”

소민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피하지 않았다.

“네.”

준호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내 차례네요.”

소민은 긴장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준호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사실… 난 처음부터 소민 씨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을 수도 있지만, 점점 당신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확실해요.”

그는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아쥐었다.

“나도 당신이 필요해요.”

소민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렇게 솔직한 감정을 주고받는 순간이 올 줄은 몰랐다.

그녀는 여전히 연애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려는 습관이 남아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움직였다.

소민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우린 여전히 다를 거예요. 가치관도 다르고, 연애 방식도 다르고.”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아마 앞으로도 자주 싸울 거고, 의견 충돌도 많을 거예요.”

“그런데도 괜찮아요?”

준호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더 기대돼요.”

소민도 따라 웃었다.

서로 다른 점들이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러면…”

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비행기 표는 취소하는 거예요?”

준호는 그녀를 보며 장난스럽게 윙크했다.

“당연하죠. 난 아직 떠날 준비가 안 됐거든요.”

그 순간, 두 사람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조금씩 변해갔다.

소민은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준호는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서로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었다.

10화: 상반된 매력의 조화

10화: 상반된 매력의 조화

소민과 준호가 연애를 시작한 후에도, 둘의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사건건 부딪혔고, 의견 차이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충돌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