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차가운 교실
서울의 유명한 대학, 조용한 아침의 교양 강의실. 학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는 중에 차현욱 교수가 정확한 시간에 강의실에 들어선다. 차분한 얼굴과 흠잡을 데 없는 모습, 단단한 눈빛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의 첫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들은 그의 등장만으로도 압도되어 일순간 숨을 죽인다.
강의는 정확하고 단호했다. 현욱은 불필요한 수식어 하나 없이 주제를 선명히 전달하며, 학생들을 예리한 지성의 경계로 이끌었다.
그러나 유독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 학생이 있었다.
맨 앞자리에서 현욱을 응시하는 신입생, 서준.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수업 내내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마치 도전하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첫 만남
강의가 끝나자마자 서준은 주저 없이 현욱에게 다가갔다. 신입생이 교수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 현욱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교수님, 저 서준이라고 합니다. 교수님의 연구 논문을 몇 개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하고 싶습니다.”
서준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그의 눈빛엔 결연한 열정이 담겨 있었다. 현욱은 그의 자신감 있는 태도와 또렷한 발음에 잠시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그는 제자와 감정적 교류보다는 경계를 두는 쪽을 택했다.
“질문이라… 그래, 들어 보지.”
서준은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를 간단히 설명했다. 신입생의 발상치곤 매우 참신했고, 독창성이 돋보였으나 경험의 한계가 느껴졌다. 현욱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군. 하지만 아직 네게는 무리야. 부족한 부분이 많아.”
현욱은 일부러 냉정하게 평가했지만, 서준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눈을 빛내며 말했다.
“교수님, 그 부족한 부분들을 제가 채울 수 있게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현욱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곧 단호한 태도로 응답했다.
“좋다. 네가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면 함께 해보자. 하지만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면 그 관계는 여기서 끝이다.”
서준은 눈길을 고정한 채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 자신감 있는 표정에 현욱은 살짝 당황했지만, 동시에 그 도전적 태도가 흥미로웠다. 그렇게 둘은 처음으로 학문적 관계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