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넘지 말아야 할 선

3화 : 넘지 말아야 할 선

며칠 전, 현욱은 서준에게 새로운 연구 과제를 내주었다. 이번 과제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방대한 자료의 분석과 비교를 요구하는 고난도 작업으로, 그가 지도한 제자들 중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이가 드물 정도였다. 현욱은 서준을 시험하기 위해 과제의 기준을 일부러 높게 설정했다.

과제를 내밀며 현욱은 냉담하게 말했다.

“이건 네가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시험이다. 이걸 해내지 못하면, 날 넘겠다는 생각은 접어라.”

서준은 현욱의 차가운 말에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도전이 주는 아찔한 기쁨을 느끼는 듯, 자신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교수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해보겠습니다.”

그의 반응에 현욱은 미묘한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느꼈지만, 철저히 감정을 지운 채 고개를 끄덕였다.

늦은 밤, 연구실에서

며칠 뒤, 늦은 밤까지 연구실에 남아 과제에 몰두하던 서준은 끝없이 쌓인 자료들 속에서 현욱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남긴 논문과 연구 노트, 세심하게 메모된 분석 과정들을 따라가며 서준은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완벽한 사람인지 실감했다. 서준은 현욱의 연구를 분석하면 할수록, 그를 넘어서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더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현욱이 왜 그렇게 완벽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피어올랐다. 그토록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그의 마음속엔, 혹시 서늘한 외면 아래에 다른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서준은 자신도 모르게 현욱에 대한 궁금증과 끌림이 혼재하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뜻밖의 충돌

다음 날 아침, 서준은 완성한 연구 보고서를 들고 현욱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서준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는 현욱 앞에서 보고서를 펼치며 설명을 시작했다.

“교수님, 이번 과제를 통해 분석해본 결과입니다. 기존 연구에 몇 가지 보완점을 더해봤습니다.”

서준은 냉철하게 현욱의 연구 방법론을 비판하며 자신만의 주장을 제시했다. 자신이 분석한 내용과 그 논리를 조리 있게 설명하는 서준의 태도는 대담했고,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현욱은 그의 주장을 듣는 동안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현욱이 냉정하게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이 주장은 이상적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정에 불과하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건가?”

서준은 차가운 비판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더욱 당당한 목소리로 현욱을 반박했다.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 사실은 너무나 보수적이라는 생각, 안 해보셨습니까?”

현욱의 눈빛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의 얼굴에 미묘한 경계심이 스쳤지만, 동시에 어딘가 감정이 스며드는 듯했다. 서준은 자신이 선을 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감하게 그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서로를 마주한 눈빛, 그리고 금지된 끌림

현욱은 서준의 과감한 태도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섰다. 연구실 안은 한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서준도 고개를 들고 현욱을 바라봤다. 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 순간, 서준이 낮은 목소리로 도발적으로 말했다.

“교수님은 단지 제 스승으로만 남을 수 있을까요?”

현욱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짧은 순간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서준의 그 강렬한 눈빛과 도발적인 말이 자신을 이토록 요동치게 만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건 단순히 학문적 논쟁을 넘어선 감정이었다.

하지만 현욱은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며 차갑게 답했다.

“너와 나는 스승과 제자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선을 넘으려 하지 마라.”

서준은 현욱의 차가운 경고에도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미 이 선을 넘겠다고 결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저는… 교수님을 넘어서고 싶습니다. 스승과 제자 그 이상으로요.”

현욱은 서준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자신을 꿰뚫듯 도전적으로 바라보는 서준의 눈빛이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처음엔 단지 자신을 뛰어넘겠다는 당돌함으로만 보였던 서준의 열망이, 이제는 마치 그 이상을 바라보는 듯한 강렬한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