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날, 서연은 출근길부터 마음이 무겁고 복잡했다.
어젯밤 강재현과의 대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한 손으로 핸드백을 꽉 쥐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흔들리지 말자. 내 결정은 이미 내려졌어.”
그러나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강재현이 그녀를 호출했다.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서연은 그의 눈빛에서 어딘가 긴장된 기운을 느꼈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를 마주 보며 말했다.
“딱 일주일만 시간을 줘요.”
“일주일이요?”
서연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사장님, 이렇게 한다고 제가 결정을 번복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요. 하지만 적어도 제 마음을 증명할 시간은 필요해요.
제가 진심이라는 걸 보여줄 기회를 주세요.”
그의 말투는 간절했다. 서연은 잠시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딱 일주일만이에요. 그 이상은 없어요.”
그날 이후, 강재현의 행동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는 사소한 업무 요청 하나도 직접 챙기며
서연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회의 중에는 그녀의 의견을 물어보는 횟수가 늘었고,
심지어 점심시간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메뉴를 미리 준비해두기까지 했다.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서연은 점심시간에 그에게 물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으니까요.”
그의 진심 어린 태도는 회사 안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혹시 서연 씨랑 사장님 사이에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그러게, 사장님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평소엔 저런 분 아니었잖아.”
그 관심은 서연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몇 번이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재현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그는 그녀를 존중하며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려고 애썼다.
수요일, 강재현은 저녁 퇴근 후 그녀를 따로 불렀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지만 결의에 차 있었다.
“오늘은 퇴근 후에 잠깐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서연은 망설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어디서 만날까요?”
그는 회사 근처의 조용한 카페를 제안했다. 두 사람은 카페 구석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서연 씨, 사실 나는 이 일주일이 너무 짧게 느껴질 만큼 후회가 많아요.”
그녀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봤다.
“사장님, 제가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이런다고 제가 결정을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요.”
“알아요.”
강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떠나기로 한 결정을 존중할게요. 하지만 그 전에,
당신이 이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당신을 아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왜 이제야 이런 말을 하세요?”
서연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솔직히, 이 모든 게 너무 늦었어요.”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요. 너무 늦었어요. 하지만 늦었더라도,
저는 제 진심을 전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저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그의 말은 서연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혼란스러웠다. 그의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그녀는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의 마지막 날, 서연은 사무실에 남아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메모를 발견했다. 그것은 강재현이 남긴 짧은 편지였다.
[서연 씨,당신이 어떤 결정을 하든, 저는 당신을 존중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일주일 동안 당신에게 진심을 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행복하길 바랍니다. 강재현]
서연은 편지를 읽으며 잠시 멈췄다. 그의 진심이 느껴졌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녀는 편지를 접어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으며 마지막 짐을 챙겼다.
사무실 문을 나서기 전, 그녀는 한 번 더 책상을 돌아보았다. 이곳에서 보낸 5년의 시간, 그리고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든 마지막 일주일. 모든 것이 끝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편에는 작지만 확실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강재현의 진심에 대한 흔들림이었다. 그녀는 그 감정을 안고 사무실 문을 조용히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