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현의 고백과 행동이 점점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서연은 예상치 못한 인물로부터 또 다른 관심을 받게 되었다.
바로 같은 부서의 인기남, 이준호다. 온화하고 친절한 성격으로 회사 내에서 많은 동료들에게
신뢰와 호감을 얻었던 준호는, 최근 들어 서연에게 유난히 관심을 보였다.
점심시간, 서연이 혼자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이준호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서연 씨, 요즘 좀 힘들어 보이던데 괜찮아요?”
준호의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연은 순간 당황했지만, 그의 따뜻한 말투에 약간의 위안을 느꼈다.
“아, 네. 그냥 일이 좀 많아서요.”
준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서연 씨한테 관심이 있었어요. 그동안 얘기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말해야 할 것 같아서요.”
서연은 깜짝 놀랐다. 강재현의 고백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준호의 갑작스러운 고백은 그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준호 씨… 저는…”
서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 준호는 그녀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갑작스러웠죠? 미안해요.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서연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행복이 저와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요.”
그의 솔직한 말에 서연은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속 혼란은 더욱 커졌다.
그날 오후, 준호의 고백은 서연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강재현과 준호, 두 사람의 진심이 그녀를 향해 있다는 사실이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중, 강재현이 서연을 호출했다.
“서연 씨, 오늘 저녁에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요?”
서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신가요?”
“그냥, 조금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강재현의 표정은 진지했다. 서연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회사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강재현은 잠시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요즘 많이 힘들죠. 내가 당신을 더 힘들게 만든 건 아닌가 걱정돼요.”
서연은 커피잔을 매만지며 조용히 대답했다.
“사장님께서 걱정해주시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솔직히,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져서 혼란스러워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하지만 난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든 끝까지 지지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 순간, 카페 문이 열리며 이준호가 들어왔다.
서연은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준호 역시 서연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서연 씨, 여기 있었군요.”
준호는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강재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도 계셨네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도 잠깐 앉아도 될까요?”
강재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은 두 사람 사이에 앉아 어색한 분위기를 느꼈다.
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제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서연 씨에게는 제가 걱정하고 배려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물론 사장님께서도 소중히 여기시는 걸 알지만, 저도 제 진심을 전하고 싶습니다.”
강재현은 준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준호 씨, 서연 씨를 존중하고 싶다면, 지금 이 자리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감정은 알겠지만, 서연 씨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준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 말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방식으로 서연 씨를 지켜보고 싶습니다.”
서연은 두 사람 사이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 다, 제게 시간을 조금만 주세요. 지금은 저도 제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날 밤, 서연은 집으로 돌아와 두 사람의 대화를 곱씹었다.
강재현의 단호함과 준호의 온화함, 두 사람의 태도는 그녀에게 각기 다른 감정을 남겼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어떤 선택이 옳은지 알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진심으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더 깊이 귀를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서연은 이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