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현은 서연 주변을 맴도는 이준호의 행동을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서연과 준호가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거나,
회의 중에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그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어느 날, 강재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준호를 따로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냉정했다.
“준호 씨, 잠시 얘기 좀 합시다.”
준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그를 따라갔다. 두 사람은 회의실에 들어갔고,
강재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요즘 서연 씨와 자주 함께 있는 것 같던데,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준호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사장님도 서연 씨에게 특별히 신경을 쓰시는 것 같던데요?
그럼 저도 그렇게 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강재현은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히 말했다.
“이건 단순히 신경 쓰는 문제가 아닙니다. 서연 씨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옳지 않아요.”
준호는 한 발짝 다가서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장님, 저도 서연 씨를 배려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혼란스럽게 되는 이유가
저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두 남자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서연이 그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건 바로 그때였다.
회의실 밖을 지나던 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인가요? 두 분, 저 없을 때 제 얘기를 하고 계신 건가요?”
강재현과 준호는 동시에 서연을 바라봤다. 강재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서연 씨, 이건 당신을 위해서 하는 얘기예요. 우리가 이런 얘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서연은 한숨을 쉬며 단호히 말했다.
“그만하세요. 둘 다 저를 가지고 싸우지 마세요. 저는… 이 모든 게 너무 불편해요.”
준호가 나지막이 말했다.
“미안해요, 서연 씨.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요.”
강재현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감정적으로 행동한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그날 저녁, 서연은 집에서 두 남자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복잡한 마음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강재현의 단호함 속에서 느껴지는 책임감과 준호의 온화한 배려를 비교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진심으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다음 날 아침, 서연은 출근과 동시에 강재현과 준호를 모두 불러 회의실로 데려갔다.
두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도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하지만 이렇게 긴장된 분위기에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저한테 시간을 주세요. 두 분의 진심은 고맙지만,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강재현이 조용히 말했다.
“물론입니다. 제가 기다릴게요.”
준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서연 씨가 편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저도 기다리겠습니다.”
서연은 두 사람의 반응에 약간 안도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가진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그날 오후, 회사 안에서는 강재현과 준호 사이의 미묘한 경쟁이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사소한 업무에서도 두 사람은 서연을 도우려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 과정에서 은근히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이 보였다.
직원들은 이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서연 씨, 사장님과 준호 씨 둘 다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완전 삼각관계 아니야?”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서연은 더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결국 이 모든 걸 정리할 사람은 나 자신이야. 도망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