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기립!" 아침 조회가 시작되었다. 한 달 전 서전무 사건 이후, 회사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자, 오늘의 일정 공유하겠습니다." 지현이 앞에 나섰다. "오전 10시 신입 마법소녀 교육, 오후 2시 분기별 실적 보고, 저녁 7시 어둠의 세력 퇴치..."
"저기, 차장님?" 은별이 손을 들었다. "7시에는 제가 거래처 미팅이 있는데..."
"아, 그럼 백업 인원으로 미래 씨 투입하겠습니다."
이제 이런 광경이 일상이 되었다. 업무 스케줄과 마법소녀 활동을 조율하는 것도 업무의 일부가 된 것이다.
"박과장님!" 미래가 다급하게 은별의 책상으로 달려왔다. "큰일 났어요! 어제 보고서에 오타가..."
"진정해요. 이런 건 마법소녀의 기본이에요." 은별이 지팡이를 꺼냈다. "스타라이트 오피스 매직!"
순간 보고서의 오타가 모두 수정되었다.
"역시 과장님... 이제 이런 것도 자연스럽게 하시네요."
"뭐, 경험이 쌓이니까..." 은별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는 특별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마력 충전 카레라이스입니다!" 조리사가 자랑스럽게 외쳤다.
"어머, 이거 먹으면 야근해도 피로가 안 쌓인다던데..." "진짜요? 저는 더블로 주세요!"
은별은 평화로운 식당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한때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생각해보면 신기하죠?" 옆자리에 지현이 앉았다. "이제는 마법소녀라는 게 일상이 됐다는 게..."
"네... 근데 차장님, 궁금한 게 있어요." "뭔가요?"
"왜 하필 28살인 절 선택한 거죠? 보통은 고등학생들이..."
지현이 웃었다. "요즘 세상에 고등학생이 세계를 구하면서 공부도 하라고요? 그건 너무 가혹하죠. 직장인이 더 적임자예요."
"네?"
"생각해보세요. 야근, deadline, 상사의 갑질... 이런 걸 견디는 직장인보다 더 강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은별은 깊은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오후 회의실. 신입 마법소녀 교육이 한창이었다.
"기본적인 마법 사용법도 중요하지만..." 은별이 PPT를 넘겼다. "가장 중요한 건 시간 관리예요. 어둠의 세력과 싸우면서 업무 일정도 맞춰야 하니까..."
새로 입사한 신입들이 열심히 필기를 했다.
"그리고 회사 경비 청구하는 법도 알려드릴게요. 전투 중 손상된 정장은 업무 용품으로 청구 가능하고..."
퇴근 시간, 은별은 마지막 보고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과장님, 퇴근 안 하세요?" 미래가 물었다.
"아니요, 오늘은 월간 보고서 마감이라..."
"그건 제가 도와드릴게요!" 미래가 자신의 지팡이를 꺼냈다. "스타레트 서포트 매직!"
"미래 씨... 고마워요."
사무실 밖으로 나오는 두 사람. 달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참, 과장님. 이번 주말에 마법소녜 회식한다던데..."
"아, 네. 이번엔 노래방 가기로 했어요. 마법 카라오케 배틀도 한다고..."
"와, 재밌겠다!"
은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28살에 시작한 마법소녀 생활.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이것이 그녀의 일상이 되었다.
"자, 그럼 가볼까요?" 은별이 브로치를 꺼냈다.
"네!" 미래도 브로치를 들었다.
"스타라이트 메이크업!" "스타레트 메이크업!"
두 마법소녀가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어둠의 세력이 활동하고 있겠지만, 그들에겐 이제 두려움이 없었다.
그들은 이제 진정한 직장인 마법소녀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