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삐삐-"
은별은 알람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온몸이 쑤셨다. 어제의 일이 꿈이길 바랐지만, 방 한구석에 놓인 반짝이는 브로치가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어제 그 검은 그림자랑 싸운 게... 진짜였구나."
첫 전투는 처참했다. 지팡이를 휘두르다 넘어지고, 마법을 쓰려다 실수로 주차된 차를 맞추고... 결국 루나의 도움으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박대리! 회의 시작합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들려오는 팀장의 목소리에 은별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네!" 은별은 급하게 회의실로 향했다.
"자, 어제 수정한 기획안 검토해볼 텐데... 박대리,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아... 그게..." '어제 마법소녀가 되어서 악의 세력과 싸웠다고 말하면 당장 잘릴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잠을 좀 못 잤네요."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온 은별의 책상 위에는 새로운 업무 파일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때, 은별의 브로치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안 돼... 제발... 지금은..."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브로치의 빛이 점점 강해졌고, 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타라이트! 도심에 어둠의 세력이 나타났어요!"
"하필이면 지금... 아, 팀장님! 잠시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은별은 급하게 건물 옥상으로 달려갔다. 바쁜 점심시간, 도심 한복판에서 어둠의 세력과 싸워야 한다니.
"스타라이트 메이크업!"
변신을 마친 은별은 옥상에서 상황을 살폈다. 도로 한가운데서 거대한 그림자 괴물이 차들을 집어던지고 있었다.
"어떡하지... 저기는 우리 회사 거래처가 있는 건물인데..."
"스타라이트! 망설일 시간이 없어요!" 루나가 재촉했다.
"알았어요... 하아..." 은별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뛰어내렸다.
"잠깐! 악의 세력아! 평화로운 점심시간을 방해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 '어우...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괴물이 은별을 향해 차 한 대를 던졌다.
"꺄악!" 은별은 겨우 피했다. "저기요! 그 차 보험처리 어떡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스타라이트! 지팡이를 사용하세요!" 루나가 소리쳤다.
"아, 맞다!" 은별은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스타... 스타라이트 힐링 웨이브!"
빛나는 파동이 괴물을 강타했다. 하지만 완전히 물리치진 못했다.
"이러다가 지각하면 어떡하지... 아, 맞다! 오늘 오후에 중요한 미팅도 있었는데!"
은별의 조급한 마음이 지팡이에 전해졌다. 갑자기 지팡이가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스타라이트 오피스 레이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술이 튀어나왔다. 마치 수많은 복사용지가 날아가는 것 같은 빔이 괴물을 관통했다.
"으아아악!" 괴물이 마침내 사라졌다.
"해... 해냈다!"
"잘했어요, 스타라이트!" 루나가 칭찬했다.
"아, 큰일났다! 몇 시죠?" 은별이 시계를 확인했다. "으악! 점심시간 끝나가요!"
은별은 급하게 회사로 돌아왔다. 다행히 아무도 그녀의 부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박대리, 아까 화장실 간다더니 어디 갔었어요? 전화도 안 받고." 팀장이 물었다.
"아... 그게... 배가 좀 안 좋아서..."
"에구, 힘들면 조퇴하지 그랬어. 근데 오후 미팅은 꼭 참석해야 해?"
은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이었다. 마법소녀와 직장인의 이중생활이.
그녀의 책상 위에서 브로치가 또다시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제발... 이번엔 퇴근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