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계약 연애 컨설팅

2화: 계약 연애 컨설팅

강이현은 가볍게 팔짱을 끼고 한서우를 바라봤다.

회색빛 눈동자는 여전히 무미건조했고,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이곳에 서 있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한 태도였다.

서우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연애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그렇습니까?”

이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맞받아쳤다.

“하지만 저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우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기술이요?”

“네. 감정이라는 건 결국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착각 아닙니까?”

이현은 태연하게 말했다.

“스크립트를 읽고, 감정을 계산해서 연기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사랑이 뭐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겠군요.”

서우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테이블 위의 대본을 집어 들었다.

첫 장을 천천히 넘기면서 말했다.

“그럼 이걸 읽는다고 감정이 생길까요?”

이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서우를 응시했다.

“그게 배우의 일이죠.”

서우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대본을 내려놓았다.

“이현 씨, 당신이 연기를 잘한다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사랑을 연기하려면 감정이 있어야 해요.

사람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데,

어떻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죠?”

이현은 서우의 말을 듣고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게 왜 중요하죠?”

“이 역할 때문입니다.”

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첫사랑의 온도>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에요.

당신이 맡은 배역은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만났을 때 그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그리움, 후회, 애틋함 같은 감정을 모르고 연기할 수 있을까요?”

이현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이었다.

“결국 다 연기 아닙니까?”

서우는 그의 태도에 약간의 짜증이 올라오는 걸 느꼈지만,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한 번 연습해보죠.”

“어떻게요?”

서우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연애 영화의 명장면을 재현해볼 겁니다.”

이현은 한쪽 눈썹을 살짝 올렸다.

“명장면이라면... 키스씬 같은 건가요?”

서우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손을 잡거나, 눈을 마주 보거나,

같이 걸어가는 정도부터 시작하죠.

단계별로 진행하는 게 좋을 테니까요.”

이현은 팔짱을 풀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서 이걸 하면 제가 감정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적어도 감정을 깨우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이현은 흥미롭다는 듯 살짝 웃었다.

“좋아요. 어디 한 번 해보죠.”

서우는 천천히 그의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자, 손을 잡아보세요.”

이현은 그녀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천천히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의 손끝에는 아무런 떨림도 없었다.

서우는 그의 손을 단단히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

“손을 잡을 때는 감정이 들어가야 해요.

마치... 정말로 이 사람이 소중한 존재인 것처럼요.”

이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서우를 바라봤다.

“소중한 사람을 잡는다는 느낌...?”

“네.”

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감정이 없다면, 당신이 아무리 잘생긴 얼굴로 화면을 채워도

진짜 사랑처럼 보이지 않겠죠.”

이현은 서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놓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랑... 그런 감정이 정말 필요할까요?”

서우는 그의 말에 순간적으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이현 씨, 배우잖아요.”

이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우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배우는 연기하는 게 일인데, 지금 당신의 태도는 너무 형편없네요.”

이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서우는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돈 안 버실 건가요? 벌 만큼 벌었다는 겁니까? 이 작품이 망해도 괜찮다 이거예요?”

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우는 그런 그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저도 일하러 나온 겁니다.

그러니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주세요.”

그녀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덧붙였다.

“톱스타시잖아요.”

이현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는 팽팽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현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좋아요.”

서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응시했다.

“좋다는 게 무슨 뜻이죠?”

이현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한 번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서우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그의 말에서 조금의 변화가 느껴졌다. 서우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첫 번째 연애 훈련을 시작해볼까요?”

이현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해보죠, 한서우 씨.”

3화: 사랑을 경험하는 첫 번째 수업

3화: 사랑을 경험하는 첫 번째 수업

놀이공원의 한가운데, 한서우는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곳곳에 커플들이 넘쳐났다. 서로를 마주 보며 웃고, 손을 꼭 잡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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