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한서우의 과거

6화: 한서우의 과거

비 오는 날 이후,

강이현의 머릿속은 한서우의 말과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라던 그녀의 말이 이상하게도 계속 맴돌았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몇 번 더 연애 연습을 했지만,

이현은 서우에 대해 점점 더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우연한 기회에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되었다.

촬영이 없는 날, 그는 소속사에서 우연히 매니저들과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서우 씨도 참 대단해. 그렇게 큰 상처를 입고도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연애 코칭을 하다니.”

“그러니까. 솔직히 옛날 생각하면 안타깝지 않냐? 전성기였는데,

그 일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엄청난 배우가 되었을 텐데.”

이현은 무심코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아는 한서우는 언제나 냉철하고 차분한 사람이었다.

연애 감정을 이성적으로 분석하며 가르치는 사람이었는데,

과거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그는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그는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현은 자신의 매니저를 통해 서우의 과거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서우가 한때 연기자로 활동했으며,

유명 배우와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배우가 결국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서

서우는 심각한 상처를 입고 업계를 떠났다는 것까지.

이현은 믿기지 않았다.

그녀가 그렇게도 사랑을 믿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과거의 상처 때문이었다는 것이.

그날 밤, 이현은 서우와 저녁을 함께하며 조용히 물었다.

“과거 이야기, 해줄 수 있습니까?”

서우는 잠시 눈을 피했다.

그리고 와인잔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한때 배우였고, 연인이 있었고, 그리고... 상처를 입었다는 것까지.”

서우는 가만히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씁쓸했다.

“다들 알고 있네요. 그래요. 맞아요.

저는 한때 배우였어요. 그때는 연기를 사랑했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는 저보다 더 유명한 배우였고, 우리는 세상 몰래 연애를 했어요.”

이현은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가 떠났어요. 다른 여자와 결혼했죠.

그리고 저는... 바보처럼 한동안 믿었어요.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고.”

서우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결국 돌아온 건 상처뿐이었죠.”

이현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사랑을 믿지 않기로 했습니까?”

서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여전히 진짜 사랑이 있다고 믿어요. 다만, 맹목적으로 믿지는 않아요.”

이현은 그녀의 말에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녀는 사랑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더 이상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을 뿐이었다.

서우는 조용히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현 씨는 뭐 감정이 없어진 계기,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못하게 된 계기 없어요?”

이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그런 건 없습니다.”

서우가 살짝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연기라는 길에서 전력질주를 하려면 사사로운 감정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고착화되면서, 감정이 점점 사라진 것 같습니다.”

서우는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녀는 그가 왜 연애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깨달았다.

이현은 단순히 감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감정을 차단하며 살아왔던 것이었다.

둘 사이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서우 씨는 아직 사랑을 믿는다 했죠.”

“네.”

“그게... 어떤 느낌인가요?”

서우는 그의 질문에 잠시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대답했다.

“사랑은... 함께 걸어가는 거예요.

같은 빗소리를 듣고,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요.”

이현은 그녀의 말을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편에서 뭔가가 흔들리는 걸 느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는 서우와 나누는 이 순간이 싫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감정이었다.

7화: 가짜와 진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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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강이현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연애 컨설팅이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기 위한 일종의 연습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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