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민아는 일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강윤과 지현과 함께 학교로 돌아왔고,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남아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민아는 작은 변화들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강윤과 지현은 예전처럼 다정했지만,
가끔 그녀의 말이나 행동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마치 그녀가 완전히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강윤이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괜찮아, 민아?”
민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정말 끝난 것 같아.”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에게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밤, 민아는 다시 한 번 거울 앞에 섰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정말 끝난 걸까?”
거울 속에서 비친 그녀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리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넌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잖아.”
민아는 몸을 떨며 한 걸음 물러섰다.
‘이럴 리가 없어. 그림자는 사라졌어.’
그러나 그림자는 단순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그림자를 거부하고 운명을 개척하겠다고 결심했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순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아?”
강윤의 목소리였다.
민아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방문을 열었다.
강윤은 민아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놀란 듯했다.
“괜찮아? 무슨 일 있어?”
민아는 고개를 저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하지만 강윤은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너… 아직도 무언가 남아 있는 거지?”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강윤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민아,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난 네 곁에 있을 거야.”
그의 다정한 말에 민아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고마워, 강윤.”
그날 밤, 민아는 다시 한 번 봉인의 장소로 향했다.
더 이상 그림자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완전히 결착을 지어야 했다.
봉인의 장소는 조용했고,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빛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뻗자,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그림자의 형상이 나타났다.
“돌아왔구나.”
민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정말 끝낼 거야.”
그림자는 웃었다.
“과연? 넌 정말 나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민아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난 더 이상 네게 의존하지 않아. 내 운명은 내가 선택해.”
그녀가 손을 들어 봉인의 문을 닫으려 하자,
그림자는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하지만 기억해라. 나는 언제나 네 안에 존재할 것이다.”
그 말과 함께 그림자는 사라졌고, 봉인의 문은 완전히 닫혔다.
며칠 후, 민아는 강윤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다시 평화로워진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림자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그녀의 일부로 남아 있을 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강윤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난 이제 두렵지 않아.”
강윤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생각해 보자.”
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과거의 어둠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며,
사랑과 우정을 지켜나갈 것이다.
그녀는 다시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진짜 나의 삶을 살아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