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는 평범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명문 가문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그녀는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문에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수상한 금기가 있었다.
다락방에 들어가지 말 것.
그곳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었고,
오래전부터 조상들은 ‘절대 손대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민아는 그 이유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단순한 미신일지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민아는 집에서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던 중,
우연히 다락방의 문이 열린 것을 발견했다. 분명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었는데,
누군가 다녀간 듯한 흔적이 있었다.
가족들은 모두 바깥에 나가 있어 집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
‘들어가 볼까?’
순간적인 호기심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어릴 적부터 절대 금기로 여겨지던 공간,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기묘한 느낌.
망설임 끝에 민아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 올렸다.
다락방 안은 생각보다 휑했다.
한쪽 구석에는 먼지가 쌓인 낡은 가구들이 놓여 있었고,
벽에는 빛바랜 초상화들이 걸려 있었다.
조심스럽게 발을 들인 그녀는 안쪽에서 묘하게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오래된 거울이었다.
민아는 거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거울은 검은빛이 감도는 듯했으며,
일반적인 거울처럼 자신의 모습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깊고 심연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순간, 귓가에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기다리고 있었다.”
민아는 흠칫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시 거울을 바라보니, 이번에는 그녀의 모습이 흐릿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네가 나를 깨웠구나.”
이제는 확실했다. 그것은 거울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누구세요?”
민아는 무심코 물었다. 그리고 곧바로 후회했다.
“나는 네 소원을 이루어 줄 존재.”
거울 속에서 어둠이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그녀를 향해 뻗어왔다.
민아는 뒷걸음질쳤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림자가 그녀를 감싸며 천천히 형체를 이루었다.
그것은 인간의 모습과 비슷했지만, 실체가 없는 듯한 검은 형상이었다.
“너의 가장 깊은 소원을 말해 봐. 무엇이든 이루어 주겠다.”
민아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공포와 호기심이 동시에 그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존재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그림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속삭였다.
“너는 원하는 것이 많구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하지.”
그 말에 민아는 순간 굳어졌다. 그림자는 그녀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나는… 그런 걸 바라지 않아.”
그녀는 애써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림자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나는 네 안의 진실을 보고 있어.”
민아는 말문이 막혔다.
그래, 어쩌면 그녀는 인정받고 싶었다.
평생 가문의 후계자로서 기대를 받으며 살았고,
누구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갈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존재에게 도움을 받아도 괜찮은 걸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면… 대가는?”
민아는 신중하게 물었다. 그림자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대가는 나중에 알려 주지. 지금은 네가 행복해지는 것이 우선이니까.”
그 말에 민아는 깊이 고민했다.
그러나 그림자의 속삭임은 그녀의 머릿속을 파고들며 점점 더 강하게 유혹했다.
“이제 선택해. 나를 받아들이겠느냐?”
민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모든 것을 이루어 줄 수 있다는 존재,
그러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선택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거울 속 그림자의 눈이 깊어진다.
마치 그녀의 결정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순간, 민아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가족의 기대,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정말,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그녀는 손을 뻗었다. 하지만 바로 거울을 만지지는 않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
그림자는 조용히 웃었다.
“괜찮아.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그 말과 함께, 그림자의 손이 그녀의 손끝을 스쳤다.
순간, 강렬한 빛이 그녀를 감싸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
그리고 그녀는 완전히 새로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