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는 점점 그림자의 힘을 더 의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을 받는 것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경험하며
그 힘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더욱 친절하게 굴었고, 어떤 부탁이든 쉽게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빌었던 것과는 다르게, 이 모든 것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학교에 가는 길, 그녀는 동아리 선배인 지훈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가벼운 인사를 나누던 사이였지만,
요즘 들어 그는 민아를 향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민아야! 오늘도 예쁘네. 너랑 같이 가고 싶어서 기다렸어."
민아는 애써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선배. 그런데 굳이 기다리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하지만 지훈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려 했다.
"아냐, 네가 힘든 건 내가 다 도와줄게."
민아는 순간 불편함을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들이었다.
지훈뿐만이 아니었다.
동아리의 다른 선배들조차 그녀에게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며 사소한 일에도 과하게 반응했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그녀가 카페에 가면 직원이 그녀의 주문을 가장 먼저 받아 주었고,
지나가던 학우들이 사소한 부탁도 기꺼이 들어주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그림자의 힘이 감정을 왜곡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은 강윤이었다.
"민아,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
강윤은 평소보다 훨씬 심각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은 학교 근처 조용한 공원 벤치에 앉았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 요즘 이상해."
민아는 당황한 듯 웃으며 물었다.
"무슨 말이야? 난 그냥… 다들 날 좀 더 좋아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을 뿐이야."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단순한 관심이 아니야. 사람들의 감정이 왜곡되고 있어. 그리고 너도 그걸 알고 있잖아."
순간 민아의 몸이 굳었다. 강윤의 시선은 예리했다.
그는 이미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고, 민아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듯했다.
"내가 네 곁에서 너무 오래 지냈잖아.
네가 갑자기 이렇게까지 주목받는 게… 자연스럽지 않아."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민아는 순간 움찔했다. 강윤은 언제나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림자의 힘을 얻은 이후, 그의 태도는 점점 경계로 변해가고 있었다.
"네가 뭘 했는진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다면 멈춰."
강윤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민아는 쉽게 이 힘을 포기할 수 있을까?
처음엔 단순한 관심을 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깊이 빠져버린 것 같았다.
밤이 되자, 민아는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그림자가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게 해줄 테니."
민아는 조용히 물었다.
"왜 사람들의 감정이 이상해지는 거야? 나는 단순히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림자는 조용히 웃었다.
"사람들의 감정을 변화시키는 것은 네가 가진 힘의 일부일 뿐이다.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세상도 변해야 하지 않겠니?"
민아는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그림자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대가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겪는 이 모든 일들은 바로 그 대가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을까? 그녀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하겠지? 그렇다면, 두 번째 소원을 빌어라."
그림자의 속삭임은 한층 더 달콤하고 유혹적이었다.
민아는 거울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이미 그림자의 힘을 받아들인 이상, 여기서 멈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까?
아니면 더 강한 힘을 얻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조율할 수 있을까?
강윤의 경고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도 떠올랐다.
이 힘을 버린다면,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두 번째 소원을 빌게."
거울 속 그림자가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러면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지."
그 순간, 그림자의 손이 거울 밖으로 뻗어 나왔다.
그리고 민아의 손끝을 감싸는 순간, 방 안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