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는 점점 강해지는 그림자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계약을 끊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단순한 거부로는 그림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가문의 기록을 뒤져 그림자의 계약을 끊는 방법을 찾았고,
그 답은 단순한 거부가 아닌 **‘진정한 희생’**이었다.
그러나 희생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그녀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그림자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림자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과의 기억까지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민아는 기록을 통해 희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육체적 대가가 아닌,
그녀가 쌓아온 관계와 감정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즉, 강윤과 지현을 포함한 그녀의 소중한 사람들이 더 이상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깊은 혼란에 빠졌다.
지금까지 그림자의 유혹에 맞서 싸워왔지만,
정작 그림자를 완전히 없애려면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들을 버려야 한다니.
강윤과 지현을 보면 볼수록 가슴이 아팠다.
그들은 자신을 끝까지 믿어 주었고, 모든 위험 속에서도 곁에 있어 주었다.
그런데 그들과의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과연 그녀는 여전히 ‘민아’일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림자의 속삭임은 점점 더 강해졌고,
그녀가 머뭇거리는 사이 그림자의 영향력은 그녀를 더욱 짙게 옥죄어 오고 있었다.
“민아, 혼자 결정하려고 하지 마.”
강윤의 단호한 목소리에 민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네가 우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떠안으려 하는 거,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널 그냥 두고 볼 것 같아?”
지현도 곁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도 단단했다.
“우린 가족 같은 존재야.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함께 방법을 찾을 거야.”
민아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은 복잡했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 기억을 포기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은 그녀와 함께 방법을 찾겠다고 한다.
그 순간, 그림자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어리석구나. 그들이 널 돕겠다고 하지만, 결국 네 운명은 혼자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민아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림자가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윤은 고민 끝에 제안을 내놓았다.
“우리가 그림자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면 어떨까?”
“그림자의 힘을?”
“그래. 단순히 그림자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그 힘을 이용해서 계약을 되돌리는 거야.”
민아는 처음엔 반대했다. 그림자의 힘을 다루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도 그것이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현이 자료를 살펴보며 말했다.
“이전에도 그림자와 계약을 맺었던 조상 중 몇 명은 그림자의 힘을 역이용하려 했어.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어.”
“그럼 성공한 경우는?”
지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책장을 펼쳤다.
“단 한 명. 하지만 그 사람은… 자신의 모든 기억을 대가로 지불했어.”
민아는 숨을 삼켰다. 결국 또 기억이었다.
그림자와 싸우려면 무언가를 반드시 잃어야만 한다.
그 잃는 것이 무엇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었다.
민아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우리, 시도해 보자.”
그날 밤, 세 사람은 다락방에서 다시 한 번 그림자와 마주했다.
이번에는 두려움이 아닌, 단단한 결의가 있었다.
그림자는 비웃듯 말했다.
“결국 내 힘을 인정하고 의지하려 하는군. 어리석은 선택이야.”
그러나 민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네 힘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네 존재를 끝내는 방법을 찾을 거야.”
강윤과 지현도 각각 자신의 방식으로 그림자의 힘을 분석하며 반격할 준비를 했다.
운명의 선택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