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는 강윤과 지현을 지키기 위해 그림자를 완전히 물리칠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림자의 속삭임과 유혹이 점점 강해졌지만,
그녀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가문의 기록을 다시 조사하며
그림자가 가문과 맺은 계약의 원본을 찾는 것이 해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록에 따르면, 계약의 원본은 전설 속에 등장하는 봉인의 장소에 보관되어 있으며,
거기에는 그림자를 통제할 수 있는 최후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곳에 가는 길은 험난했다.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서 봉인의 장소를 찾으려 했던
이들은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으며,
일부는 그곳에서 그림자의 힘에 의해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아는 멈출 수 없었다.
강윤과 지현은 그녀의 결정을 듣고 함께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민아는 고민 끝에 지현을 남기기로 했다.
“지현아, 네가 남아서 우리를 도와줘야 해.
혹시라도 우리가 돌아오지 못하면, 남은 기록을 통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지현은 반대했지만, 민아는 단호했다.
결국 지현은 눈물을 머금고 남기로 했고, 민아와 강윤은 봉인의 장소를 향해 떠났다.
봉인의 장소로 가는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문서에 적힌 단서들을 따라가며 그들은 점점 현실과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위의 공기가 달라졌고,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기괴한 풍경들이 펼쳐졌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바람이 불지 않는 숲, 하늘을 가득 메운 잿빛 구름,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사원의 실루엣. 문서에 따르면, 저곳이 봉인의 장소였다.
강윤이 입을 열었다.
“이상해. 뭔가 우리를 막고 있는 느낌이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림자의 세계가 그들을 잡아끌려 했다.
민아는 강윤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봉인의 장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그림자의 세계는 마치 현실과 같으면서도 전혀 달랐다.
주위의 사물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했고, 하늘은 빛을 잃어 어두운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강윤이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이곳이 바로 그림자의 세계인가 봐.”
그 순간, 그림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나의 영역에 발을 들였구나, 민아.”
그림자는 민아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스스로 찾아올 것을 예견한 듯한 태도였다.
“네가 나를 없앨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민아는 두려움을 억누르며 말했다.
“네가 우리 가문과 맺은 계약을 원래대로 되돌리러 왔다.”
그림자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되돌린다고? 네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주변 공간이 흔들리더니 갑자기 어두운 손들이 그녀와 강윤을 향해 뻗어왔다.
그 손들은 거대한 어둠의 파도처럼 밀려와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했다.
그림자는 강윤과 민아를 떨어뜨려 놓으려 했다.
어둠이 강윤을 감싸더니, 그를 다른 공간으로 끌어내려 갔다.
“강윤!”
민아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강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림자는 그녀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야 우리가 온전히 마주하게 되는군.”
그림자는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속삭였다.
“나는 네 운명이다. 이제 나를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내어 놓아라.”
그림자의 존재는 점점 거대해졌고, 민아의 주위를 완전히 감싸기 시작했다.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그녀의 몸이 서서히 마비되며, 기억들이 희미해졌다.
“모든 것을 잊어라. 네가 원했던 것은 내가 줄 수 있다.”
그림자는 그녀를 잠식하려 했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포기하고 싶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모든 걸 잊고, 그림자와 하나가 되면 이 모든 싸움이 끝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민아의 머릿속에 강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누구인지 잊지 마. 네 운명은 네가 선택하는 거야.”
그녀는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찾았다.
그녀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싸워왔는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녀를 지켜주던 강윤과 지현을 떠올렸다.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그림자가 그녀의 정신을 완전히 장악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내 운명을 내 손으로 결정할 거야.”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그림자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어둠이 그녀를 감싸려 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저항하며 그림자의 힘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봉인의 장소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그림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힘이었다.
민아는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빛이 그녀를 감싸는 동시에 그림자의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