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은 봉인의 장소 근처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민아와 강윤을 발견하자마자 달려와 그들을 부둥켜안았다.
“정말… 정말 다행이야! 너희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어.”
민아는 지현을 꼭 끌어안으며 안도했다.
“우리도 돌아올 수 있을 거라 확신하지 못했어. 하지만… 이제 끝났어.”
그러나 지현의 눈빛에는 의문이 서려 있었다.
“진짜… 끝난 걸까?”
그녀의 말에 민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렇다. 그림자의 기운은 여전히 그녀 안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를 지배할 수 없었다.
“끝났어. 이제는 내가 통제할 수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끝에 스며든 차가운 기운을 감지한 강윤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날 밤, 민아는 오랜만에 평온한 잠을 취하려 했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그림자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넌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해.”
민아는 단호하게 속삭임을 밀어내려 했지만, 그림자는 더욱 교묘하게 그녀를 흔들었다.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고 싶지 않아? 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싶지 않아?”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내 힘으로 살아갈 거야.’
민아는 강하게 마음을 다잡고 속삭임을 밀어냈다.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싸워야 했다.
이제 그 싸움은 외부가 아닌, 그녀의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민아는 조용히 앉아 강윤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민아가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민아.”
그녀는 천천히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어떤 모습을 하든…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녀는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강윤…”
“너는 항상 너 자신을 희생하면서 싸워왔어.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함께할게.”
그의 진심이 담긴 말에 민아는 처음으로 모든 긴장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그림자의 영향력이 그녀를 완전히 떠났음을 깨달았다.
민아는 봉인의 장소를 다시 찾아갔다.
마지막으로 그림자와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 봉인의 문을 만졌다. 문이 희미하게 빛을 내며 그녀를 반겼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네가 개척하는 것이다.”
그녀는 속삭이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림자의 속삭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강윤과 지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두 사람을 향해 밝게 웃으며 걸어갔다.
“이제, 우리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자.”
며칠 후, 민아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그림자의 흔적을 느끼고 있었다.
그림자는 분명 사라졌지만, 그녀의 내면 어딘가에서 희미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거울을 바라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살짝 일그러져 보였던 것이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오싹한 기운이 흘렀다.
‘설마… 그림자가 남긴 흔적이 아직도…?’
그녀는 숨을 고르며 거울을 만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이 그녀를 감쌌다. 정말 모든 것이 끝난 걸까?
그녀는 강윤과 지현을 찾아가 자신의 불안을 이야기했다.
강윤은 조용히 듣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설령 흔적이 남아 있다 해도, 넌 더 이상 그 어둠에 휘둘리지 않을 거야.”
지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있잖아. 네가 그 힘을 다시 마주하게 되더라도, 우린 널 지켜줄 거야.”
민아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이제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