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하늘의 시작

제1화: 하늘의 시작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혜윰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제출할 때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이 학교의 연극부.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이유는 간단하다. 언니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곳이기 때문이다.

언니는 언제나 연극부 이야기를 했다. 무대 위의 조명, 대사를 맞추며 울고 웃던 연습실, 공연이 끝나고 내려오는 커튼. 어릴 적 나는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 꼭 그 무대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 서 있다. 하지만 들떠있던 마음도 잠시. 학교 입구를 지나 복도를 걷던 중, 한 가지 사실이 나를 얼어붙게 했다.

연극부가 없다는 소문.

"설마."

나는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했다.

낡은 블로그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혜윰고등학교 연극부는 3년 전 마지막 활동을 끝으로 폐부되었다."

그 순간, 손끝까지 얼어붙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꿈꿨던 무대가 사라져 있다니. 언니의 추억이 담긴 그 공간이 텅 비어있다니.

"에이, 아닐 거야."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혹시라도 연극부실이 남아 있다면, 그곳에서 해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연극부실은 학교 서쪽 끝에 위치한 낡은 건물 안에 있었다. 문이 닫혀 있는 채로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지 오래된 듯 보였다. 녹슨 손잡이를 잡고 힘껏 밀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야, 잠겨 있잖아."

나는 한숨을 쉬며 발길을 돌리려 했다. 건물 주변을 한참 둘러보던 중, 오래된 창문 하나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닥에 쌓인 낙엽과 먼지가 발에 스쳤다. 나는 신발을 조심히 벗고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바닥엔 낡은 대본들과 의상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벽에는 과거의 사진들이 아직도 걸려 있었고, 그 속엔 언니가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언니가 말했던 그 공간이 그대로였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놀라 돌아보니 한 남학생이 서 있었다. 키가 크고 어딘가 쓸쓸한 눈빛을 가진 소년이었다. 짙은 바람 같은 인상을 주는 그에게 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아, 그냥... 연극부가 있나 해서요."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문 옆으로 다가가 손으로 낡은 간판을 가리켰다. 글씨는 이미 빛이 바래 읽기 어려웠지만, 분명히 '연극부'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간판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여기, 없어진 지 꽤 됐어. 하지만... 꼭 필요하다면 다시 만들 수도 있겠지."

그 말을 남긴 채 그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다시 만들 수도 있다면, 내가 그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날 밤, 언니의 사진을 꺼내 보며 생각했다. 내가 진짜로 바라는 건 단순히 과거를 따라가는 게 아니다. 내가 이 학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다. 언니와는 다른 나만의 연극을 시작하고 싶다.

그리고 그 시작을 함께할 사람을 이제 막 만난 것 같았다.

그의 쓸쓸한 눈빛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쩌면, 그도 나처럼 무언가를 간절히 찾고 있는 게 아닐까?

제2화: 바람의 속삭임

제2화: 바람의 속삭임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교는 어수선한 활기로 가득했다. 교복을 새로 입은 신입생들의 긴장된 표정, 친구들과의 재회를 반기는 웃음소리, 복도를 오가는 선생님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