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바람의 속삭임

제2화: 바람의 속삭임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교는 어수선한 활기로 가득했다. 교복을 새로 입은 신입생들의 긴장된 표정, 친구들과의 재회를 반기는 웃음소리, 복도를 오가는 선생님들의 분주한 발걸음. 모든 것이 새로웠고,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강하늘에게는 그 활기 속에서 무엇인가 부족했다.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 허전했다. 학생들 사이를 지나며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연극부. 아니, 이제는 사라져 버린 연극부.

"연극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는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연극부는 그의 고등학교 생활의 전부였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무대 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연극부는 점차 관심을 잃어가더니 결국 해체되었다. 그 후에도 그는 혼자서 연극부실을 찾아가곤 했지만, 텅 빈 방 안의 먼지 쌓인 소품들과 무거운 침묵만이 그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강하늘은 이번 학기에는 반드시 연극부를 부활시키겠다고 결심했다. 마음을 다잡으며 그는 점심시간이 되자 학교를 둘러보기로 했다. 잃어버린 연극부의 흔적을 찾으려는 듯,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운동장을 지나칠 무렵, 그는 낯익은 뒷모습을 발견했다. 어제 연극부실에서 마주쳤던 남학생, 설바람이었다. 운동장 한쪽에서 조용히 앉아있는 그는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늘은 그의 모습이 신경 쓰였다. 어제 연극부실에서 마주친 설바람의 차가운 태도와 쓸쓸해 보이는 눈빛이 떠올랐다. 주저하던 하늘은 결국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 하늘은 밝게 인사했다. 설바람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더니, 짧게 대답했다.

"안녕."

그의 무심한 반응에 하늘은 잠시 당황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저기... 어제 연극부실에서 봤던 거 말인데. 혹시 너도 연극부에 관심 있어?"

설바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늘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설바람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연극부? 어쩌면. 근데, 지금은 별로 상관없어." 설바람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늘은 그를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설바람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쓸쓸함이 이상하게 마음을 끌었다. 그는 한 발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그러면 나랑 같이 생각해보지 않을래? 연극부를 다시 시작하는 거."

설바람은 멈춰 섰다. 그리고 돌아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고 싶어? 이제 없는 부서인데."

하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 언젠가 다시 무대가 열릴 수 있도록."

설바람은 그런 하늘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나중에 후회해도 나 탓은 하지 마."

그의 말투는 무심했지만, 하늘은 그의 눈빛에서 미묘한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느낌이었다.

그날 오후, 강하늘과 설바람은 연극부실로 다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먼지 냄새와 함께 텅 빈 방이 그들을 맞이했다. 오래된 소품들이 쌓여 있었고, 벽에는 낡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하늘은 방을 둘러보며 활짝 웃었다.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지?" 하늘은 설바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바람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네가 하겠다면."

둘은 방 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먼지를 털고, 낡은 소품들을 정리하며, 둘은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늘은 자신의 연극부 활동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풀어놓았고, 설바람은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근데, 넌 왜 연극부실에 왔던 거야?" 하늘이 물었다. 설바람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그냥... 어쩌다 보니."

하늘은 그 대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말했다. "괜찮아. 나중에 얘기하고 싶을 때 말해도 돼."

설바람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숨기는 듯했다. 하늘은 그의 미묘한 태도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방 안은 점점 깨끗해졌다. 하늘은 오래된 조명 장비를 발견하고 설바람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봐! 아직 쓸 수 있을지도 몰라." 그는 설바람과 함께 조명을 확인하며 웃음을 지었다.

설바람은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그 미소는 잠시였지만, 하늘에게는 충분히 큰 의미였다.

그날의 작은 시작은 둘 사이의 관계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먼지투성이 공간에서의 첫 만남이, 그들을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늘은 확신했다. 연극부의 부활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도 막 시작되었다.

제3화: 은별의 등장

제3화: 은별의 등장

일주일이 지나고 강하늘과 설바람은 연극부 재건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그들은 연극부실로 사용되던 오래된 교실에 들어서며 고요하게 쌓인 먼지와 세월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