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과 설바람, 그리고 은별. 세 사람이 연극부를 재건하기 위해 조금씩 발걸음을 맞추던 어느 날, 그들에게 또 한 명의 동료가 합류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송시. 시처럼 섬세한 성격을 가진 이 새로운 인물은 연극부의 분위기를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송시는 하늘이 도서관에서 연극부 활동 계획서를 작성하려고 책을 뒤적이던 중 처음 만났다. 조용한 도서관의 공기 속에서, 하늘은 책꽂이를 따라 손가락으로 제목을 훑고 있었다. ‘연극 무대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의 책을 뽑으려는 찰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그 책... 괜찮은 책이지.”
고개를 돌린 하늘은 목소리의 주인공과 눈이 마주쳤다. 송시는 은은한 미소를 띤 얼굴로 서 있었다. 그의 단정한 옷차림과 또렷한 눈빛은 하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극에 관심 있어?” 하늘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송시는 잠시 망설였다. 그의 눈빛이 책꽂이에 머무르다 이내 하늘에게로 돌아왔다. “사실... 난 대사보다는 무대 뒤에서 움직이는 걸 좋아해. 연출이나 소품 같은 거.”
그 말에 하늘은 환하게 웃었다. “우리가 찾던 사람이야! 지금 연극부를 다시 만들고 있는데, 같이 하지 않을래?”
송시는 하늘의 눈빛에서 진심을 느꼈는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도... 무언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어.”
송시가 합류하면서 연극부는 점점 윤곽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는 단순히 합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본 구성부터 무대 디자인까지 섬세한 손길로 팀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의 손길이 닿은 대본은 이전보다 훨씬 풍부한 감정과 깊이를 가졌다. 무대 디자인도 단순히 장식이 아닌, 이야기와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송시를 보며 하늘은 점점 확신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야.’ 그의 노력과 열정이 연극부의 방향을 명확히 잡아주는 듯했다.
하지만 송시에게도 풀리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가 연극부에 함께하기로 한 이유는 단지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오래전부터 풀리지 않은 상처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한편, 설바람은 송시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그가 가진 미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어느 날, 연극부 방에서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던 중, 바람은 송시에게 다가가 물었다.
“너, 무대에 서 본 적 있어?”
송시는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아니. 무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 대답은 바람에게 이상하게 들렸다. 연극부에 들어오고도 무대를 좋아하지 않는다니. 하지만 그는 더 묻지 않았다. 송시의 눈빛이 더 이상의 질문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날 밤, 바람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송시의 말이 떠올랐다. 그의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무언가를 감춘 듯한 눈빛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하지만 바람은 굳이 그를 더 파고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송시 스스로 이야기를 꺼낼지도 모른다고.
시간이 흐르며 연극부는 점점 팀의 색을 갖춰 갔다. 하늘은 활동 계획서를 기반으로 은별과 바람, 송시의 의견을 수렴하며 더욱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은별은 대본과 캐릭터 분석에 열정을 보였고, 바람은 배우로서의 준비에 몰두했다. 송시는 무대 디자인과 연출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각자의 역할이 명확해지자, 연극부는 마치 하나의 커다란 퍼즐처럼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듯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예산 문제와 장비 부족, 그리고 연습실 확보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연극부의 발목을 잡았다. 하늘은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내가 더 잘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송시는 늘 긍정적인 에너지로 팀을 북돋아 주었다.
“우리가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어,” 그는 하늘에게 말하곤 했다. 그 말은 하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송시의 내면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들이 남아 있었다. 어느 날, 은별은 우연히 송시가 홀로 무대 뒤에서 무언가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눈빛은 슬픔과 아련함이 뒤섞여 있었다. 은별은 말을 걸까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쳤다. 그녀는 송시가 필요할 때 스스로 이야기를 꺼낼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네 번째 멤버가 찾아오는 날, 연극부는 비로소 진정한 팀으로 거듭났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무대를 꿈꾸는 이곳. 하지만 그들 앞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었다.
송시가 가진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연극부에 합류하게 된 진짜 이유는, 그들 모두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