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가 연극부에 합류한 지 며칠 후, 연극부는 본격적으로 첫 번째 작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강하늘이 쓴 대본의 초안이 완성되자 네 사람은 첫 리딩 연습을 위해 모였다.
“이 대사, 주인공답게 좀 더 강렬한 느낌이어야 하지 않을까?”
설바람이 대본을 읽으며 말했다.
“강렬하게? 그럼 어떤 느낌으로 해야 해?”
은별은 고개를 갸웃하며 설바람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더 확신 있게 말해야 한다는 거지.”
설바람은 어설프게 시도해보았지만, 은별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게 네가 말한 강렬한 느낌이야? 주인공이 아니라 뉴스 앵커 같잖아!”
설바람은 얼굴을 붉히며 반박했다.
“그럼 네가 해보든가. 그렇게 자신 있으면!”
은별이 장난스럽게 응수하려는 순간, 하늘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잠깐, 둘 다 진정해. 우리 첫 리딩인데 이렇게 싸우면 안 되잖아.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보자고.”
송시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바람 말도 맞아. 대사에 더 감정을 담아야 하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은별이 지적한 것도 맞아. 자연스러움이 중요하지.”
하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러면 이 장면을 몇 번 더 연습해서 느낌을 찾아보자.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거니까.”
리딩 연습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각자의 의견 차이로 인해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점점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며 조율해 나갔다. 특히 송시는 대본의 구조를 다듬으며 연극의 흐름을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었다.
“여기에서 주인공이 멈춰서 고민하는 장면을 넣으면 어떨까?”
송시는 설바람의 장면을 보며 제안했다.
“그럼 관객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거야.”
“괜찮은 생각인데?”
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수정해보자.”
은별은 대사를 다시 연습하며 설바람을 힐끔 쳐다봤다.
“이번엔 좀 더 자연스럽게 해보자고. 주인공답게, 알았지?”
설바람은 대본을 보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 한 번 더 해보자.”
리딩이 끝난 후, 은별은 설바람에게 다가갔다.
“미안, 오늘 내가 좀 심했지?”
설바람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너 아니었으면 내가 더 딱딱하게 연기했을 거야.”
“그럼 앞으로도 계속 지적해줘도 돼?”
은별이 장난스럽게 물었고, 설바람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너도 계속 웃으며 놀려줘.”
하늘은 두 사람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저녁, 네 사람은 연극부실에 모여 송시가 가져온 간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은별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있잖아, 너희는 왜 연극을 하고 싶어? 우리는 이렇게 늦게까지 연습하는데도 힘들어하지 않는 이유가 뭐야?”
송시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난 무대 뒤에서 조명을 설계하고, 소품을 배치하면서 무대가 완성되는 과정을 보는 게 좋아. 관객이 박수를 칠 때 느껴지는 성취감은, 내가 무대 위에 서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것 같아.”
“난...”
설바람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작게 말했다.
“내가 무대 위에 서면서 스스로를 더 이해하고 싶어서. 연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
은별은 그의 말에 잠시 조용해지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멋있다! 난 그냥 재미있어서 시작했는데. 근데 너희 이야기를 들으니까 나도 뭔가 대단한 목표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야!”
하늘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내가 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었으면 좋겠어. 우리가 만드는 무대가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별처럼 빛날 수 있기를 바라.”
늦은 밤, 연습이 끝난 후에도 네 사람은 한동안 부실에 남아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꿈과 목표를 공유하며, 그들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
하늘은 문득 생각했다. ‘이 팀이라면 우리가 무대 위에서 진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야.’
그들의 첫 작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팀워크는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첫 갈등을 넘어서며, 그들은 이제 진정한 팀으로 거듭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