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연극부는 점점 더 결속력을 다져갔다. 강하늘은 대본의 세부적인 부분을 수정하며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설바람은 대사를 외우면서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은별은 자신의 밝은 에너지를 더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송시는 그 모든 과정에서 조명을 테스트하고 무대 구성을 조율하며 가장 조용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어느 날, 네 사람은 연극부실에 모여 대본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었다.
설바람이 중요한 대사를 읊조리다 멈추자, 은별이 머리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왜 멈춰? 이번엔 꽤 괜찮았는데.”
설바람은 고개를 저으며 대본을 내려놓았다.
“뭔가 이상해. 이 대사가 너무 뻔하지 않아? 주인공이라면 이 상황에서 더 절실해야 할 것 같은데.”
하늘은 대본을 훑어보며 말했다.
“그래? 그럼 이 장면을 좀 더 다듬어볼까? 주인공의 결정을 더 강조하는 식으로.”
“좋아. 그럼 나는 잠깐 쉬고 있을게.”
설바람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작가님이 고칠 때까지.”
은별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난 간식을 먹을게! 쉬는 시간엔 간식이 필수지.”
송시는 조용히 웃으며 간단히 조명을 만지작거렸다.
“쉬는 시간도 중요하지. 하지만 우리 너무 늦어지면 안 돼.”
하늘은 즉석에서 대본을 수정하며 멤버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몇 분 후, 그는 고쳐 쓴 대본을 설바람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때? 주인공이 고뇌에 빠진 모습을 더 강조했어.”
설바람은 대본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한 번 더 해보자.”
이번에는 설바람의 연기가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캐릭터의 고민이 묻어나왔고,
은별은 그의 연기에 몰입하며 상대역으로 완벽히 호흡을 맞췄다.
연습을 마친 후, 은별이 모두를 향해 말했다.
“나만 그런가? 점점 더 진짜 배우가 된 기분이 들어.”
송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우리가 함께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무대라는 게 원래 그런 거야.
서로 의지하고 배우면서 완성되는 거지.”
설바람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은별, 넌 연기하면서 자꾸 웃음을 참지 못하더라. 그건 좀 고쳐야 하지 않겠어?”
“그게 내 매력이라고!”
은별은 웃으며 설바람을 쳐다봤다.
“너는 너무 진지해. 가끔은 좀 더 여유롭게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걸?”
하늘은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미소 지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개성이 모여 있으니까 우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아.”
그날 밤, 연극부실은 어느 때보다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성장하는 이들의 모습은 이제 단순히 연극부라는 이름 이상의
가족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늘은 생각했다. ‘우리가 이 팀으로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면 어떤 기분일까?’ 그는 그날의 연습을 떠올리며 대본의 여백에 작은 메모를 적었다.
“하늘과 사람과 별과 시.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 순간이 누군가에게도 빛이 되길.”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진짜 무대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