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첫 번째 비밀, 덕질의 흔적

Episode 1: 첫 번째 비밀, 덕질의 흔적

"윤나영 씨, 이거 오늘까지 부탁드려요."

강민재 팀장이 내 책상 위에 문서를 내려놓았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어서요. 윤나영 씨라면 완벽하게 해줄 거라고 믿습니다."

그의 눈웃음은 언제 봐도 치명적이었다. 아, 이런 미소는 반칙 아닌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걱정 마세요. 오늘 안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내 대답에 민재 팀장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을 떠났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쉬었다.

‘아, 또 휘둘렸다...’

강민재. 우리 회사의 공식 썸남. 잘생겼다, 친절하다, 유머러스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랑 같은 팀이다. 그렇다, 난 지금 썸남과 일하고 있다. 문제는 내가 썸남에게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는 것이다.


오후가 되자 잠시 여유가 생겼다. 빠르게 작업을 끝낸 나는 휴대폰을 슬며시 꺼내 들었다.

화면을 켜자마자 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화면 속에는 내가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 ‘파라다이스’의 리더, 제이의 사진이 있었다.

그의 눈빛, 그의 미소, 그리고 그 완벽한 턱선. 모든 게 완벽했다.

‘역시 제이는 최고야.’

난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제이의 사진을 감상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내 옆자리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나영 씨, 바쁘신가요?"

헉! 놀라서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다행히 빠르게 화면을 껐다.

하지만 민재 팀장은 이미 내 자리 옆에 서 있었다.

"아, 네! 아니요, 전혀 안 바빠요! 무슨 일이세요?"

내가 허둥지둥 대답하자 그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뭐 보고 있었어요?"

‘안 돼! 절대 들켜선 안 돼!’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아, 그냥... 인터넷 뉴스요. 요즘 사회적 이슈 같은 거요."

그의 시선이 의심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좀 전에 놓고 간 서류 중에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어서요.

잠깐 같이 확인할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난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은 민재 팀장이 더 이상 내 휴대폰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 그는 곧 서류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휴, 큰일 날 뻔했네.’


그날 저녁,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나는 곧장 컴퓨터를 켰다.

아이돌 팬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오늘 제이의 공항 직찍’ 게시글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을 클릭했다.

‘이 머리 뭐야! 너무 잘생긴 거 아니야?’

순간 팬 카페에 댓글을 달다가 문득 오늘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민재 팀장에게 비밀을 들킬 뻔한 그 순간.

‘안 돼. 절대로 이런 취미를 들키면 안 돼.’

내가 우아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만약 회사 사람들이 내가 덕질하는 걸 알게 된다면? 특히 민재 팀장이 알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다음 날 아침, 사무실에 들어선 나는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오늘은 절대 덕질 흔적을 들키지 않을 거야.’

하지만 운명은 참으로 잔인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민재 팀장이 내게 다가왔다.

"윤나영 씨, 혹시 오늘 점심 같이 하실래요?"

나는 당황했다.

"저, 저요?"

"네, 같이 밥 먹으면서 프로젝트 얘기도 할 겸요."

그의 제안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아니, 솔직히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다.

설렘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식당에서 민재 팀장과 단둘이 마주 앉자, 나는 갑자기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긴장감을 누르며 음식을 집어 먹으려는데, 민재 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윤나영 씨, 휴대폰 배경화면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뭐? 설마 그걸 봤단 말이야?’

나는 젓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의 미소는 여전히 다정했지만,

내 머릿속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끝났다. 내 덕질 인생도, 썸도 끝났다.’

다급하게 변명을 떠올리려는데, 민재 팀장이 말했다.

"동생이 아이돌 좋아해서요. 제가 잘 아는 얼굴이라 놀랐습니다. 혹시 그 그룹 팬이신가요?"

순간적으로 입이 얼어붙었다. 어쩌지? 솔직히 말할까, 아니면 부정할까?

그 순간 내 입에서 튀어나온 대답은...

"아, 네. 동생이 좋아해서요! 저도 조금 알게 됐어요."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민재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렇군요. 저도 동생 덕분에 요즘 아이돌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의 말에 나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제 정말 조심해야 해. 다음엔 절대로 이런 일이 없게 할 거야.’

하지만 내 예감이 맞았다.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내 비밀은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고,

나는 점점 더 엉뚱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Episode 2: 체질 때문에 생긴 해프닝

Episode 2: 체질 때문에 생긴 해프닝

"윤나영 씨, 오늘 회식에 꼭 참석하세요. 팀장님께서 직접 준비하신 거래요." 나영은 동료 직원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며 억지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