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에서 늘 신중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유지하던 윤나영.
하지만 매주 목요일, 퇴근 후 그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녀가 가입한 사내 댄스 동호회는 나영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나영 씨, 오늘도 기대할게요!"
동호회 리더인 지은이 활짝 웃으며 나영을 반겼다.
나영은 가방에서 편한 운동화를 꺼내 신으며 웃었다.
"오늘은 특별히 열심히 준비했어요. 나중에 감탄하지 말라구요!"
그날의 연습곡은 화려한 비트의 라틴 댄스였다.
나영은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몸을 움직이며 리듬에 완벽히 몰입했다.
그녀의 춤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이었다.
동호회 사람들은 그녀의 춤 실력에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하지만 나영의 흥겨운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영 씨?"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영은 얼어붙은 채 뒤를 돌아봤다.
거기엔 민재 팀장이 서 있었다. 운동복 차림에 물병을 든 모습으로, 어딘가 어색한 표정이었다.
"팀장님? 여기, 왜..."
나영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민재는 당황한 듯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 지은 씨가 여기서 댄스 동호회를 한다고 해서,
어떤 활동인지 궁금해서 와봤어요. 근데 윤나영 씨도 여기 계실 줄은 몰랐네요."
‘지은 씨! 꼭 이렇게 쓸데없이 친절해야 했냐고!’
나영은 속으로 절규하며 민재를 바라봤다. 민재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지켜봤다.
"윤나영 씨, 평소랑은 전혀 다른 모습이네요."
그 말에 동료들이 장단을 맞췄다.
"맞아요, 나영 씨 정말 춤 잘 춰요. 춤 에이스예요!"
나영은 손을 휘저으며 부정했다.
"아니에요, 그냥 스트레스 푸는 용도로 하는 거예요. 그렇게 잘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민재의 눈빛은 여전히 감탄으로 빛나고 있었다.
댄스 연습이 끝난 후, 민재는 나영에게 다가왔다.
"오늘 보니 윤나영 씨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된 것 같네요. 정말 멋졌어요."
"아, 별거 아니에요. 그냥 취미로 하는 거예요."
나영은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민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취미든 뭐든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윤나영 씨, 평소에도 이런 모습을 좀 더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의 말에 나영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엔 ‘내 비밀을 들키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민재의 다정한 말투에 설렘이 느껴졌다.
그날 밤, 나영은 침대에 누워 민재의 말을 떠올렸다.
‘평소에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라니... 내가 회사에서도 이렇게 춤추는 사람처럼 보일 수는 없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설레는 걸까?’
나영은 이불을 뒤집어쓰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민재의 미소와 칭찬이 계속 떠올랐다. 그녀는 점점 더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비밀들이 드러날 텐데...
‘다음 주엔 민재 팀장이 다시 안 오겠지? 그러면 좀 더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을 거야.’
나영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비밀들이 하나둘 더 밝혀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걸 그녀는 아직 모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