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영은 민재 팀장과 함께 사무실 근처 카페에 앉아 있었다.
며칠 전 그에게 먹방 유튜브 채널에 대해 털어놓은 이후, 둘 사이에는 묘한 변화가 생겼다.
민재는 그녀를 더 자주 찾았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늘어났다.
"윤나영 씨, 오늘 일찍 끝내서 다행이네요. 요즘 바빠 보였잖아요."
민재가 따뜻한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네, 조금 정신없었어요. 그런데 팀장님도 요즘 많이 바쁘시던데요?"
민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윤나영 씨랑 얘기하면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에요."
나영은 그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애써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저도 팀장님 덕분에 요즘 많이 웃는 것 같아요."
그날 대화는 평소보다 더 길게 이어졌다. 민재는 자신의 대학 시절 이야기부터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취미까지 다양한 주제를 꺼내며 나영과 대화를 나눴다.
나영은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며 뭔가를 결심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민재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나영 씨. 사실 요즘 한 가지 고민이 있었어요."
나영은 놀라며 물었다.
"어떤 고민이요?"
민재는 잠시 말을 고르다 나직이 말했다.
"사실은... 윤나영 씨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의 말에 나영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민재는 계속해서 말했다.
"처음엔 그냥 좋은 팀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윤나영 씨랑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제가 더 이상 그렇게만 생각할 수가 없더라고요."
나영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그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민재에게 털어놓지 않은 또 다른 비밀들이 그녀를 망설이게 했다.
"팀장님... 저는..."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자 민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말해도 돼요. 윤나영 씨가 어떤 사람이든, 저는 괜찮아요."
그 말은 나영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사실... 제가 먹방 유튜브만 하는 게 아니에요."
민재는 고개를 갸웃하며 기다렸다. 나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사실 저는... 소설도 쓰고 있어요. 웹소설 작가로 활동 중이에요."
민재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그랬군요. 그래서 글 쓰는 감각이 좋았던 거였네요."
나영은 그의 반응에 안도하면서도 궁금했다.
"팀장님, 정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민재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전혀요. 윤나영 씨는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제가 더 많은 걸 알아갈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기뻐요."
그들의 대화는 끝날 듯 끝나지 않았다. 민재는 나영에게 소설의 줄거리를 물었고,
나영은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다가 결국 자신이 쓰고 있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민재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윤나영 씨의 소설 속 주인공은 혹시... 윤나영 씨 본인을 닮은 건가요?"
나영은 민망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상상으로 쓴 거예요. 진짜예요!"
하지만 민재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 해도 전 그 주인공이 더 궁금해졌어요. 다음에 꼭 읽어보고 싶네요."
나영은 그의 관심에 당황했지만, 동시에 묘한 설렘을 느꼈다.
그의 진지한 태도와 다정한 말투는 그녀에게 점점 더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날 밤, 나영은 집에 돌아와 소설 파일을 열었다.
그녀는 문득 민재가 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새로운 긴장이 스며들었다.
‘내가 솔직하게 이 감정을 소설에 담아도 될까?’
하지만 동시에, 민재가 자신을 진심으로 받아준 오늘의 일이 떠올랐다.
그의 말이 그녀에게 용기를 주고 있었다.
‘그래, 이제 더 이상 숨기지 말자. 나를 더 보여줄 때가 온 것 같아.’
나영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새로운 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민재를 향한 진심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다음 날, 민재가 보낸 메시지가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 떠올랐다.
[윤나영 씨, 어제 얘기 정말 감사했어요. 다음에 또 커피 한 잔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소설 이야기도요.]
나영은 미소를 지으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녀의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민재가 있었다.
그녀는 메시지에 답을 보내며 이렇게 다짐했다.
‘다음 만남에서는... 내 진짜 마음을 고백해볼까?’
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사이, 민재 역시 그녀를 위해 준비 중인 것이 있었다.
다음 이야기가 그녀의 인생을 더 크게 바꿀지도 모른다는 예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