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도착한 윤나영은 책상 위에 놓인 상자를 보자마자 숨이 멎을 뻔했다.
‘이게 왜 여기 있어?!’
그 상자는 바로 전날 그녀가 중고 거래 앱을 통해 판매하기로 한 물건이었다. 문제는 이 상자가 강민재 팀장의 자리 위에 놓여 있었다는 것.
사건은 하루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나영은 평소 집에 쌓여 있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중고 거래 앱에 몇 가지 물건을 올렸다. 그중 가장 특이한 물건은 오래된 복고풍 라디오였다.
‘이걸 누가 사겠어?’
반쯤 포기한 마음으로 물건을 올렸지만, 놀랍게도 30분 만에 구매자가 나타났다.
상대방은 곧바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 "이 라디오 꼭 사고 싶습니다. 내일 회사 근처에서 거래 가능할까요?"
나영은 메시지를 확인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깔끔하게 처리하고 말겠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영은 라디오를 박스에 넣어 출근하며 거래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강민재 팀장이 그녀를 호출했다.
"윤나영 씨, 혹시 제 자리 위에 놓인 상자가 뭐예요?"
‘끝났다...’
나영은 온몸이 얼어붙은 채 민재의 책상을 바라봤다. 거기엔 그녀의 복고풍 라디오가 떡하니 놓여 있었다. 민재는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가 제 책상에 두고 갔는데, 혹시 아세요?"
나영은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했다.
"아, 그게... 사실은 제가 잠깐 맡겨둔 거예요. 중요한 물건이라서요."
민재는 고개를 갸웃하며 상자를 열어 라디오를 꺼냈다.
그는 흥미롭게 물건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이거 정말 멋진데요? 복고풍 디자인이라 요즘 보기 힘든 스타일이에요."
나영은 민재가 라디오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더더욱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 팀장님. 그건 사실 제가 파는 물건이에요. 중고 거래하려고 가져왔는데..."
민재는 놀란 듯 그녀를 바라봤다.
"중고 거래요? 윤나영 씨, 이런 것도 파세요?"
나영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네, 집에 쓸모없는 물건이 너무 많아서요. 정리하는 중이었어요."
민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거 제가 사면 안 될까요? 집에 이런 분위기 있는 물건이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의 뜻밖의 제안에 나영은 순간 말을 잃었다.
그녀는 거래 앱에서 받은 가격보다 조금 더 높게 부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팀장님, 비싸게 부를 거예요. 괜찮으시겠어요?"
민재는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좋아요. 윤나영 씨가 파는 거라면 그럴 가치가 있을 것 같네요."
그렇게 라디오는 민재의 손에 넘어갔다. 나영은 거래가 성사된 것에 안도하면서도
민재가 자신과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공유하게 된 것이 어색하면서도 설레었다.
그날 퇴근 후, 민재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라디오 잘 받았어요. 지금 집에서 틀어보는데 소리가 정말 좋네요.
덕분에 좋은 물건을 얻었어요. 감사합니다.]
나영은 메시지를 읽으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비밀스러운 일상 하나가 민재에게 알려졌지만, 그 결과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민재 팀장이 또 내 비밀을 알게 될까?’
나영은 설렘과 함께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고 잠에 들었다.
그녀의 일상은 계속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