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감옥의 의사

1화 : 감옥의 의사

사람들은 강세준을 “냉철한 의사”라고 불렀다. 교도소의 의료 책임자인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죄수들을 치료할 때조차 그들을 단순히 환자로 대할 뿐, 어떤 동정이나 연민도 보이지 않았다. 세준은 오히려 이러한 냉담한 태도가 자신의 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감정의 벽을 세운 채, 그는 죄수들에게도, 동료 직원들에게도 철저히 선을 긋고 있었다.

교도소에서 일한 지 5년째, 세준은 이미 죄수들을 하나의 사례로만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새로운 얼굴이 들어와도, 그는 그저 의무적으로 필요한 치료만 제공하고 필요 이상으로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죄수들 역시 그의 냉담함에 익숙해져, 그에게 의지하려 들지 않았다.

새로운 죄수의 등장

그러던 어느 날, 교도소에 새로운 죄수가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차도현. 상습적인 폭행과 살인 혐의로 수감된 흉악범이라는 소문과 함께 입소한 그는, 다른 죄수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었다.

도현의 이름이 환자 명단에 올라왔을 때도, 세준은 그를 단순히 또 다른 환자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의무실에 도현이 첫발을 들인 순간, 세준은 그가 다른 죄수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걸 직감했다.

도현은 이송 첫날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의무실을 찾아왔다. 무심한 표정으로 세준을 바라보며,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자연스레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도현: “몸이 좀 안 좋네요. 이 감옥 생활이 좀 버거운 모양입니다.”

세준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진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진료 내내 도현은 세준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의 모든 행동을 분석하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에, 세준은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세준: “진료 중에는 가만히 있어주십시오. 불편하다면 진료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도현은 그 말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에는 기묘한 여유와 도전적인 기색이 담겨 있었다. 그는 치료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세준과 대면하는 그 자체에 어떤 목적이 있는 듯 보였다.

도현: “의사 선생님, 차가우시네요. 교도소에서도 꽤 원칙을 고수하시는 분 같아 보여서요.”

세준은 그에게 흔들리지 않으려는 듯 짧게 대답했다.

세준: “이곳은 교도소니까요. 규율이 원칙입니다.”

진료는 짧게 끝났다. 세준은 도현을 단 한 번의 환자로만 여기고 더 이상의 관계를 원하지 않았다. 그가 의무실에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도현은 이후에도 사소한 부상을 핑계로 의무실을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방문

그 후로도 도현은 주기적으로 의무실을 찾아왔다.

가벼운 상처나 통증을 핑계 삼아 찾아오면서도, 그의 시선은 늘 세준을 향해 있었다. 다른 죄수들처럼 치료만 받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세준에게 무언가를 더 알고 싶어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도현: (팔을 내밀며) “이번엔 팔을 다쳤네요. 의사 선생님께서 손 좀 봐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세준은 한숨을 내쉬며 무심하게 그의 팔을 살펴보았다. 특별한 이상은 없었지만, 규칙적으로 검사를 받겠다는 환자를 내칠 수 없기에 간단한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치료하는 동안에도 도현은 그를 바라보며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세준: (그의 시선을 의식하며) “가만히 계십시오. 그리고 불필요한 방문은 자제하시죠.”

도현: (미소를 지으며) “불필요한 방문이라뇨. 저는 이곳이 제일 편안한데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나름 흥미롭고요.”

세준은 그저 무시하려 했지만, 도현의 태도는 조금씩 그를 신경 쓰이게 했다. 다른 환자들에게서는 느껴본 적 없는 집요한 시선과, 이상하리만치 친근한 태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도현의 시선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몇 번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세준은 도현의 눈빛에서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도현이 자신을 단순한 의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의 시선은 마치 세준의 감정을 꿰뚫으려는 듯 강렬하고, 도전적이었다.

도현과의 거리를 두려 했던 세준의 마음에는 어느새 그와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치료를 진행하면서도, 도현의 시선 속에서 엿보이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그를 묘하게 흔들어 놓았다. 세준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다지려 했다.

세준: (차갑게) “도현 씨, 저는 여기서 치료만 할 뿐입니다. 더 이상 개인적인 관심은 삼가주시죠.”

도현: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럼, 그 차가운 눈빛에 따뜻한 감정이 조금도 없는 건가요?”

그 말에 세준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처음으로 교도소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죄수들을 하나의 사례로만 여기며 감정을 차단해왔던 그가, 이 알 수 없는 죄수로 인해 그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세준은 점점 더 도현에게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마음 속에 알 수 없는 혼란과 궁금증이 서서히 쌓여가고 있었다.

2화: 선을 넘는 시선

2화: 선을 넘는 시선

차도현은 마치 자신의 방이라도 되는 듯 의무실을 자주 드나들었다. 작은 상처나 가벼운 통증을 핑계 삼아 찾아오는 그의 모습은 교도소 내